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며 신바람을 냈다. KB·신한·하나금융과 우리은행 등 4개사가 3분기까지 낸 당기순이익은 8조3836억원으로 2016년 전체 이익(7조5103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최고' 자리를 놓고 은행들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그동안 독보적 1위를 차지하던 신한금융을 제치고 KB가 '리딩 뱅크' 타이틀을 탈환했고, 하나금융과 우리은행도 선두권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올해는 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와 건전성 강화 등으로 은행 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만큼 은행들 간 자존심 싸움도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규모의 KB, 속도의 하나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1등 금융그룹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패스트 팔로어에서 패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 취임 후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잇따라 인수한 뒤 지난해 여러 지표에서 신한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자신감의 표현이다.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2조75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금융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올렸고, 시가총액도 신한지주보다 3조원 많은 26조원으로 늘어 금융 대장주 지위를 되찾았다.

성장 속도 면에서는 하나금융의 약진이 돋보인 한 해였다. 하나금융은 2015년에 비해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70% 가까이 증가해 KB금융(62.4%)이나 우리은행(30%), 신한금융(14%)을 능가했다. 3분기까지 1조54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2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 해 동안 주가도 59% 올라 KB (48%), 우리(24%), 신한(9%)을 제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신한지주를 제쳤고, 시가총액 면에서도 신한과의 격차를 12조원에서 8조원으로 좁혔다. 은행 위주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게 올해 하나금융의 가장 큰 과제다. 이에 따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태 회장은 "그룹 안팎으로 협업을 더욱 확대하고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내실 다진 신한, 지주사 전환 노리는 우리

은행 외에도 카드, 보험, 증권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강점인 신한금융은 KB에 1등을 내줬지만 내실 면에서는 여전히 가장 탄탄한 면모를 지켰다.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2조7064억원으로 KB에 근소하게 뒤졌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5%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또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은행권에서 가장 낮고 연체율을 더욱 낮춰 건전성을 강화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금리 하락기에 카드와 캐피털 덕택에 상대적으로 마진을 더 잘 방어해 왔지만, 금리가 상승 구간에 돌입하면서 과거의 장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약점은 지난해 충분히 반영됐으며, 올해는 판관비 감축 등과 맞물려 이익 증가 폭이 전체 은행 중 상위권에 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은행주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1조3785억원)을 기록했지만 KB와 하나금융의 약진에 가려 다소 빛을 잃었다. 또 채용 비리 의혹을 둘러싼 이광구 은행장 사퇴와 후임 행장 인선으로 어수선한 바람에 주가도 큰 힘을 못 썼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4개 은행 중 가장 떨어졌다. 하지만 손태승 행장 취임 후 내홍이 수습 국면에 들어갔고, 예금보험공사 잔여 지분 매각, 지주사 전환 등 대형 호재도 남아 있어 올해 재도약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많다. 손 행장은 신년사에서 "내실과 신뢰를 기반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유안타증권 박진형 연구원은 높은 이익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금융과 저가 매력이 돋보이는 우리은행을 은행주 가운데 최선호주로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