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배터리 게이트’ 사과문과 보상책을 내놨지만 소비자 분노는 여전하다. 유상 보상책을 내놓은 데다 애플 최고 경영자(CEO)인 팀 쿡의 사과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CEO 급여와 인센티브 등으로 1000억원 이상을 쓴 애플이 ‘배터리 게이트' 후속책이라며 또 막대한 수익을 올리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여기에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거나 추진 중인 국가가 미국을 포함해 이스라엘, 프랑스, 한국, 호주 5개국으로 늘고 건수로도 15건에 달해 애플과 팀 쿡을 향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법무법인 한누리가 추진하는 집단소송 참여 희망자가 2일 오후 기준 25만명을 넘어섰다.

◆ ‘책임론’ 회피 어려운 팀 쿡과 애플 임원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현지 외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애플이 발표한 사과문에 팀 쿡을 포함해 애플 고위 임원진의 서명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과 공개 사과는 CEO의 주어진 책무라는 점을 꼬집어 비판했다. 해당 매체는 “CEO라면 책임감 있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며 “배신감을 느끼는 애플 이용자에게 팀 쿡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사과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사과문 또는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한 성명을 발표할 때 팀 쿡이나 스티브 잡스 등 당시 CEO의 서명을 넣었지만 이번 배터리 게이트 관련 사과문에는 서명이 빠져있어 더욱 소비자의 공분을 샀다.

팀 쿡은 2016년 샌버나디노 테러 용의자 아이폰 잠금해제로 미연방수사국(FBI)과 설전을 벌일 때, 자신의 서명을 넣어 애플 홈페이지에 애플이 왜 FBI 명령에 따르지 않는지에 대한 서한을 공개했다. 2012년에도 애플이 자체 개발한 지도 서비스가 오류를 일으키자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공개 서한을 내고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스티브 잡스도 2010년 자신의 서명을 담은 ‘플래시에 대한 생각’ 서한을 냈다.

특히 업계는 배터리 꺼짐현상 대책으로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 팀 쿡을 포함한 임원진의 동의가 있었음이 자명한데도 사과문에 전면 나서지 않아 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또 배터리 교체비용을 낮추는 결정을 한 최종 책임자도 임원진인 만큼 이들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배터리 유상교체 논란 고조…이익인가 손해인가

피해자인 사용자에게 수리비를 떠맡긴 보상책도 사용자 분노를 키웠다. 업계와 사용자는 애플이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가리고,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소비자에게 배터리 교체 비용을 청구한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 성명을 내고 “2018년 1월 말부터 12월까지 아이폰6 이상을 쓰고 있는 모든 사용자는 보증기간이 만료된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애플코리아도 “보증 외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원래 가격에서 50달러에 상응하는 6만6000원을(79달러에 상응하는 10만원에서 29달러에 상응하는 3만40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러나 애플의 예상과는 달리 3만4000원에 달하는 배터리 유상교체 보상책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와 소비자는지난해 3분기(2017회계연도 4분기)에 순이익 107억달러(약12조원)를 내고 지난해 CEO에게 급여와 인센티브 주식 등을 합해 1억200만달러(약 1094억원)를 지불한 애플이 배터리 유상교체로 또 다시 이득을 보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팀쿡 애플 CEO가‘아이폰7’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USA투데이는 “노후 배터리 교체비용을 낮추기보다 무료로 배터리를 교체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이번 아이폰 배터리 교체비용 인하는 애플이 손해를 감수하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애플이 구형 아이폰 배터리 1000만대를 교체하면 1억1100만달러(약 1180억원)를 손해 본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배터리 가격을 정상 배터리 교체 가격의 30%인 23.7달러, 설치 비용을 20달러로 잡고 최종적으로 세금을 포함해 계산했다. 즉, 포브스에 따르면 애플이 배터리 가격을 29달러로 내리면서 한 대 교체할 때마다 14.7달러 손해를 입게 된다.

한편 애플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1월 말로 예정됐던 배터리 교체비용 인하를 즉각한다고 밝히고 교체를 진행했다. 애플코리아도 2일부터 배터리 교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