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배터리 게이트' 이후 국내서도 보상방안을 발표했지만 소비자 분노는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내 집단소송 참여 희망 인원도 18만명을 웃돌고 있다.

애플 본사에 이어 애플코리아는 28일 애플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보증 외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원래 가격에서 50달러에 상응하는 6만6000원을(79달러에 상응하는 10만원에서 29달러에 상응하는 3만40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가격은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아이폰 6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2018년 12월까지 전 세계 적용된다"고 밝혔다.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게시된 '배터리 게이트' 보상책

애플은 최근 미국에서 "애플이 새 제품을 팔기 위해 고의로 구형 아이폰 성능을 낮췄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아이폰 작동 속도를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시인했다. 애플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저하로 아이폰7,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SE가 예상치 못하게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소비 전력량을 낮추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왔다"고 밝혔다.

◆ 보상책에 분노하는 국내 소비자…국내 집단소송 희망자 18만명

애플코리아도 배터리 게이트 관련 성명을 내고 국내 소비자를 위한 보상책을 제시했으나 사용자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내서 제기되는 집단소송도 철회하지 않고 기존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소비자 과실이 아닌데도 배터리를 소비자가 3만4000원을 내고 교체해야 한다는 점과 구형 아이폰 성능이 떨어져 신형 아이폰으로 바꾼 소비자는 애플 보상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 분노를 지폈다. 아이폰6를 사용하는 이용자 박모(30)씨는 "소비자가 수고스럽게 돈까지 내며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보상책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31일 '아이폰 성능저하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조계창 변호사는 "31일 오전 9시 50분 기준으로 17만584명이 애플 집단소송 참여 희망 의사를 밝혔다"며 "소송 참여 희망자 모집이 끝나는 오는 11일까지 더 많은 인원이 모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성능저하 관련 집단소송 접수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18만명에 육박하는 희망자가 모인 것이다.

조 변호사는 "애플이 단기간에 보상책을 내놓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 보상책은 애플 행위의 위법성 수준과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애플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취하려는 한누리의 방침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혔다.

특히 "배터리 무상 교체도 아닌 유상 교체라는 점이 소비자 원성을 사고 있다"며 "이미 배터리 교체 대신 기기 교체를 선택한 소비자는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아이폰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또 다른 법무법인인 휘명도 집단소송 카페 회원 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 9건도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비올레타 마일리안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약 9999억달러(약 1072조원)의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 고의 성능 저하 혐의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 삼성·LG 반사이익 얻을까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폰아레나에 이메일을 보내 "(우리 제품은) 노후 배터리로 인해 휴대전화의 성능이 저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리는 배터리 충전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포함해 다층적인 안전 조치를 통해 삼성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늘렸다"며 "전화기 수명주기 동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저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G전자도 "우리는 (배터리 노후화로 인해 성능을 저하한) 적도 없고, 그러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HTC와 모토로라도 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기기의 속도 저하는 없다는 점을 밝혔다. HTC 대변인은 "배터리가 노후화하면 처리 속도를 느리도록 전화기를 디자인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고 모토로라 대변인도 "우리는 노후 배터리 때문에 CPU 실행을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는 애플의 아이폰 10주년 기념폰인 아이폰X(텐)의 내년 1분기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마니아층의 아이폰 구입이 끝나면서 아이폰X의 높은 가격이 1분기 구매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애플이 배터리게이트로 소비자 신뢰를 잃은 것도 수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진단이다. 장빈(Zhang Bin) 시노링크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1분기 아이폰 출하량을 기존 예상보다 1000만대 줄어든 35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