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입차시장 급성장,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꼬인 노사 문제 등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업체별로 보면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격인 현대자동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때 판매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미국 시장에서도 주력모델의 노후화 등으로 두자릿수에 가까운 판매량 감소율을 보였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700만대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에 그쳐 2년 연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올해도 고질병인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현대차(005380), 기아차, 한국GM 노사의 임금협상은 마무리되지 못해 해를 넘겼다.

조선일보DB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해 막대한 충당금을 쌓으면서 2007년 3분기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수입차업계는 올해 다시 전성시대를 열었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양강구도가 뚜렸해졌고, 하이브리드차량을 앞세운 일본차 브랜드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자동차업계를 결산해봤다.

① 美·中 시장에서 고개 숙인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시장에서 올해 들어 11월까지 96만955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56만 9207대)보다 38.2% 떨어진 수치다. 미국 시장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시장 주도 차량 라인업 부족으로 3분기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96만9670대에 머물렀다.

다행히 지난달부터 사드 배치 보복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에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판매량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11월 중국 시장 판매량이 9만5012대를 기록해 올들어 처음으로 월 기준 9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전월 대비로 18.75% 증가한 수치다. 기아차의 11월 중국 판매량도 5만3대로 전월 대비 17.64% 증가했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SUV 올뉴투싼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중국 전략형 모델을 출시해 판매량 회복에 주력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중국형 소형 SUV 엔시노(국내명 코나)를, 기아차는 중국 전략형 SUV 스포티지R 후속 모델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현대차는 내년에 신규 SUV 모델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6월 국내 시장에 출시해 인기몰이 중인 소형 SUV 코나와 함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신형 싼타페, 투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미국 시장에 내놓는다. 기아차도 상품성을 개선한 쏘렌토를 출시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을 쓴다는 계획이다.

② 내수 선전 현대차...신형 그랜저, 화려한 '왕의 귀환'

올해 국내 브랜드의 베스트셀링 모델은 단연 현대차의 그랜저IG다. 11월 누적 판매량은 12만3000대로 이미 '10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랜저 기존 모델 중 최다 판매 기록은 2011년 5세대 그랜저인 HG가 기록한 10만7584대다.

그랜저IG는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올해 8월과 10월 두 달을 제외하고 매달 1만 대 이상 팔렸다. 젊어진 외관과 다양한 편의사양으로 30·40대 젊은 층의 수요를 빨아들였다. 현대차 모델 중에서는 그랜저 외에도 소형 SUV 코나, 쏘나타 뉴라이즈 등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현대차가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했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선전했다. 올해 11월까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누적 내수 판매대수는 63만55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했다.

그랜저IG.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랜저, 쏘나타, 코나, 스토닉 등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던 올해의 기세를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만 SUV와 준대형 세단, 해치백, 친환경차 등 7종의 신차를 쏟아낸다.

현대차는 내년 초에 중형 SUV인 4세대 싼타페(코드명 TM)를 내놓는다. 싼타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되는 것은 5년 만이다. 한때 단종설이 돌았던 준중형 해치백(트렁크와 뒷좌석이 구분 없이 연결된 형태의 자동차) 모델 벨로스터도 2세대 모델로 거듭난다.

기아차도 내년 1분기에 중형 세단 K3의 2012년 출시 이후 6년 만에 2세대 모델을 내놓는다. 신형 K3는 차세대 플랫폼을 적용해 차체를 키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세단인 K9 후속 모델도 제네시스 EQ900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춘 플래그십 모델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③ 국내 수입차시장 맹주로 등극한 메르세데스 벤츠...일본차 선방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21만266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 지난해 7.6%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풍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입차업계에서는 '수입차 4강'에 속했던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이 빠진 상태에서도 이같은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한다. 독일차 브랜드인 벤츠와 BMW가 각각 전년보다 1만~2만대 가까이 판매량을 대폭 늘리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벤츠와 BMW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각각 30.5%, 24.8%를 차지했다. 올해 국내에 새롭게 등록된 수입차 2대 중 1대는 벤츠나 BMW인 셈이다.

벤츠 E클래스 AMG라인

특히 벤츠의 E클래스의 판매량은 올들어 3만대를 넘어섰다. BMW가 신형 5시리즈를 출시하며 E클래스의 아성을 무너뜨리려고 했지만 판매 대수 차이는 1만대 이상 난다.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발판삼아 성장세를 이어갔다. ES300h의 인기에 힘입어 렉서스 ES가 총 7318대 판매됐다. 혼다의 전통 세단 어코드도 6597대 팔렸다.

④ 올해도 임금협상 '몸살'…기아차는 통상임금 수렁까지

현대·기아차의 고질병인 '노사 문제'는 올해도 골칫거리다. 기아차는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하면서 10년만에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 8월 법원은 기아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해 사측에 3년치 임금(4223억원 상당)을 추가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노조 청구 금액(1조926억원) 중 38.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기아자동차는 추가 인건비 1조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기아차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작년 3분기보다 11.1% 늘어난 14조1077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익은 대규모 충당금 적립 영향으로 427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차는 1967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협상이 해를 넘기게 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일 가까스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22일 진행된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노사가 교섭을 재개했으나 올해 안에 임금협상이 타결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⑤ 한국GM, 한국시장 철수설로 곤혹

한국GM은 올해 내내 철수설(說)에 시달렸다. GM이 호주, 남아공화국, 유럽, 인도 등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GM이 다음 차례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특히 인도 법인 철수 작업을 주도한 카허 카젬 사장이 한국GM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한국GM은 지난해 500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약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가동률이 20~30%에 불과한 군산 공장의 고정비용 손실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량은 12만525대로 전년 대비 25.6% 감소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여기에 산업은행이 지난 8월 내부 보고서도 한국GM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산은은 지속적인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 GM 해외 철수 분위기 등을 근거로 들면서 오는 10월 GM이 지분 처분 제한이 풀린 후 지분 매각이나 공장 폐쇄 등으로 철수를 강행해도 저지할 수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행히 지난달 카허 카젬 사장이 한국시장 철수설을 부인하는 발언을 하면서 다소 수그러든 상태다.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GM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 흑자전환에 초집중하고 있다"며 "재무적인 연속성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는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