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대표들이 지난 9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났다. 이들은 "배터리 핵심 원료 광물 가격이 너무 치솟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핵심 금속 소재인 코발트·니켈·리튬 가격이 연일 급등하자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광물 투자에 손 놓은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코발트·니켈·리튬 가격은 이후에도 계속 오르고 있다. 업계도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가르는 원재료 수급(需給)에 따른 가격 상승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해왔지만, 매번 국제 광물 가격 흐름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납품하는 자동차 업체에 원료 가격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을 요청하거나, 중소 광물업체 지분 투자가 고작인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제 코발트 가격은 작년 12월 1파운드당 14.46달러에서 11월에는 30.67달러로 배 넘게 올랐다. 2015년 말 ㎏당 88위안이던 리튬 가격도 154위안으로 치솟았다. 올해 세계 전기차 생산량이 360만 대로 작년보다 80만 대 늘어나고, 내년엔 45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엔 850만 대까지 불어날 전망이어서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전망이 많다. 또 코발트 세계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콩고에서 발생한 내전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처럼 광물 자원은 정치·지역 리스크에도 취약하다. 배터리 소재 금속뿐만 아니라 구리·아연·철광석·발전용 석탄 가격도 최근 1년 내에 가장 높이 올랐다.

하지만 자원 개발 투자는 박근혜 정부 때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거의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희귀 금속 등 광물 자원 확보에 손을 놓는다는 것은 산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자원 개발 투자는 장기적인 계획도 없고 정권 교체에 따라 오락가락하다 보니, '뒷북 투자' 아니면 '설익은 투자'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