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유니버설로봇이 코봇(co-bot, 인간의 노동을 도와주는 로봇) UR3를 내놓으며 코봇시장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기존 산업용 로봇의 강자인 쿠카, ABB, 야스카와, 화낙 등도 코봇시장에 합세하며 코봇시장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로봇업계의 저명한 학자 로드니 브룩스도 10년간 몸담았던 MIT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을 그만두고 2008년 리싱크 로보틱스를 창업했다. 창업 후 4년이 지나 리싱크 로보틱스는 코봇 ‘박스터(Baxter)’를 2012년 처음으로 출시했다.

브룩스는 2016년 로보월드 컨퍼런스에서 중국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현상을 지적하며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로봇자동화 시장 성장률은 150%에 달할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도 이미 겪고 있고 이는 제조업 국가 전반의 변화”라고 말했다.

흔히 4차산업혁명이라고 하면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FANG 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사진)은 지난 11월 28일 발간한 ‘제조업 4차산업혁명’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제조업에서도 발생하는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원은 “수없이 혁신이 나오는 생태계에서 인터넷 기업만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번 리포트를 통해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산업혁명을 자세히 살펴보고, 어떤 곳에서 두드러진 성장이 기대되는지 분석해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업에서 자동화의 중요도가 갈수록 높아지며 코봇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를 실현시키는 기술로 감속기와 머신비전이 가장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여의도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송 연구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리포트는 4차 산업혁명 수혜주로서 제조업에 초점을 맞췄다. 보통은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에 주목하는데 제조업으로 눈길을 돌린 이유가 있나.

“다양한 분야의 혁신 사례를 듣다 보면 결국 FANG과 같은 플랫폼 회사로 귀결된다. 아마존은 유통, 넷플릭스는 디지털 콘텐츠, 페이스북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FANG만이 아니다.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도 전기차에서 확장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원한다.

앞으로 수없이 혁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생태계에서 플랫폼 사업을 제외하고는 투자 대안이 없을까 고민했다. 인터넷 기업만 수혜를 보게 될까,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아닌 제조업 영역에서는 혁신이 없을까 생각했다. 이 중에서도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이 뜨겁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곳을 찾다가 제조업을 주목하게 됐다.”

-제조업에서의 혁신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다양한 기능을 부착해 나가는 휴대폰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하려는 전기차 산업만 봐도 오프라인 없이 온라인만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글로벌 소매 유통을 장악하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물류센터가 있어야 한다.

이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제조업 산업의 발전도 동행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점차 다양한 분야로 제조업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품들은 점점 더 소형화, 정밀화 돼야 한다.”

-제조업도 분야가 여러 가지다.

“자동화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로봇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지역에서, 모든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제 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인력을 구하기 쉬운 지역이라도 무거운 것을 옮기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작업이 수반될 경우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또 로봇은 기술로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를 다루는 데 필요한 노동자가 고도로 숙련될 필요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술의 발달로 스스로 학습하고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로봇이 비쌌다. 중소 제조업자에게 로봇은 감당하기 어려운 설비였다. 그러나 세계 로봇 산업의 최근 성장은 중소 업체의 자동화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로봇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주로 일반 분야와 신흥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로봇 시장은 자동차 업종과 선진국 중심으로 몸집을 키웠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자동차 시장의 고용자 1만명 당 로봇 대수(로봇밀도)는 1100~1300대 수준이다. 반면 인도, 브라질,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1만명 당 60~400대다. 일반 분야로 따지면 신흥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조차 낮은 수준이다. 일반 분야의 선진국 로봇밀도는 90~220대 수준이다.

신흥시장인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은 고성장 중이다.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 2012년 산업용 로봇의 출하량은 약 8만5000대였는데 2016년 19만1000대로 늘어났다. 앞으로 세계 로봇 시장은 29만4000대에서 2020년 52만1000대로 연평균 15.4%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로봇 판매 대수는 2011년 2만2000대에서 2016년 8만7000대로 늘었고, 2020년에는 21만대를 기록하며 5년 동안 연 평균 24.6%의 고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갈수록 가속화되는 임금 상승과 노령화로 인해 중국 시장의 로봇 수요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전체 인구에서 60대 이상 비중은 2010년 11%에 불과했지만 2050년에는 33%까지 커질 예정이다.”

-리포트에서 다룬 로봇 제조업체 쿠카, 야스카와, 화낙, ABB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이들은 코봇 업체들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코봇은 사람의 눈과 손을 활용한 반복적 작업을 대체해 준다. 코봇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쿠카는 영업이익의 80%가 로봇 부문에서 나온다. 이 중 자동차 분야에서는 다임러, 폭스바겐, BMW 에 납품하고 있으며 세계 1위다. 자동차를 제외한 일반 분야 로봇 사업에서는 세계 5위, 유럽 3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야스카와는 앞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반로봇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중국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할 계획이다.

화낙은 미국 산업용 로봇 1위 기업이다. 화낙도 중국에서 설비를 2배 가량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ABB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현지화를 상당 부분 진행한 기업이다. ABB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로봇 중 80%는 중국에서 생산, 출하가 된다. ABB의 코봇 유미(Yumi)는 아직 핵심 제품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자상거래, 소비자가전 등 다방면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리포트에서는 로봇 시장 내 산업재로서 코봇, 소재로서 감속기와 머신비전이 유망하다고 꼽았다. 왜 감속기와 머신비전을 주목하게 됐나.

“로봇 시장은 고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플레이어들의 참여가 많아지는 곳이다. 앞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왕이면 시장 점유율의 변화와 관계 없이 산업의 성장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영역을 골라내봤다.

감속기는 로봇 소재 중에서 일종의 ‘병목현상’이 나타나는 곳이다. 예를 들어 용접로봇 분야에서 일본 기업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단 2개의 일본 기업만이 고정밀 감속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브테스코와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은 독일 기업조차 경쟁이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다. 용접 시장에서는 나브테스코가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모닉드라이브는 소형 로봇용 감속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야스카와전기의 코봇은 계란을 손상시키지 않고 지속적으로 잡을 수 있다. 이처럼 로봇이 정밀 제어를 하기 위해서는 감속기-모터로 연결되는 제어시스템이 상당 수준 발전해야 한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기술은 머신비전이다. 머신비전은 기계가 사람의 눈을 대신하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앞으로 소형, 다품종의 제품을 인식, 처리하는 과정에서 머신비전의 중요성은 더 부각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물체를 인식하고 공정을 진행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키엔스, 미국의 코그넥스, 독일의 바슬러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머신비전 적용 사례

-리포트에서 코봇, 감속기, 머신비전 기업들에 대한 소개는 있지만 적정 주가라든가, 투자 의견이 없다.

“사실 투자에 있어서는 실적이나 주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고민이 있다. 추천 10개 종목을 사라는 메시지보다는 큰 흐름이 어떻고, 해당 분야가 대세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었다. 5년, 10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