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생존 위한 광저우 공장 설립, 5개월째 공회전
정부, 26일 승인 여부 최종 결정
중국의 물량공세 본격화…"LCD 일변도 사업구조, 2년내 탈출해야"

"피가 마르는 것 같네요."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중국 투자 승인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중국 공장 설립 불허에 대한 우려, 투자 시기를 한참 놓쳤다는 불안감, 그리고 내년 1분기부터 본격화하는 액정표시장치(LCD) 불황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온 한마디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OLED 공장 승인 여부에 대해 오는 26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리겠다고 21일 밝혔다. 당초 12월 중순경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보다 늦은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입된 국가 핵심기술인 OLED 공장을 해외에서 지으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 공장.

◆5개월 늦춰진 OLED 신규 투자…맹추격하는 中·日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5조원을 투입해 대형 OLED 패널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며 정부에 투자 승인을 요청한 것은 지난 7월이다. LG디스플레이는 8월 중에는 정부 승인이 날 것을 예상해 9월 공장 착공을 계획했지만, 정부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업 계획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산업부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승인을 계속 미루는 데에는 기술 유출과 일자리 문제 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 법인과 한국 기업이 합작 공장을 지으면 국가 핵심기술인 OLED 기술이 유출될 수 있고, 그만큼 고용 기회 효과도 줄어든다. 또 양국이 사드(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투자를 쉽게 승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정부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OLED는 LCD와 달리 생산공정을 복제하기 어렵다. 또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8세대 LCD 공장에서도 기술 유출 사례가 없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시안, 우시 등지에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 중 하나인 D램,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중국 OLED 합작법인은 향후 5~10년 이후 생존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다. 중국계 기업들의 LCD 물량 공세에 주력 매출 품목인 대형 LCD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하루 빨리 대형 OLED 패널 사업 규모를 키워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의 대형 OLED 추격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본 최대의 디스플레이 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의 자회사인 JOLED는 최근 대형 OLED 패널 생산에 성공하며 제품 출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JOLED는 대형 OLED 기술의 취약점인 고비용 구조의 프린팅(Printing) 공정 개선점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져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LCD 부문에서 이미 LG디스플레이를 따라잡은 중국 BOE도 10세대 OLED 패널 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다.

중국 푸저우에 위치한 BOE의 B10 공장.

◆"2년 밖에 없다"…고민 깊어지는 LGD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시장의 하락세는 예상보다 더 빠르다. 지난 10월과 11월, 불과 두달 사이에 LCD 패널 가격은 10% 이상 하락했다. TV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 중국계 기업들의 LCD 패널 공급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4분기, 내년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속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올해 4분기의 경우 영업이익 2110억원 수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고 내년 1분기에도 상당히 저조할 실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에 주어진 시간을 약 2년 정도로 보고 있다. 내년 중국의 10세대, 11세대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 세계 LCD 시장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2년 내에 현재 매출의 90% 수준을 차지하는 LCD를 대체할 새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수년동안 키워온 대형 OLED가 실적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생산능력보다 규모를 최소 2배 이상 더 키워야하고 그 발판이 바로 중국 광저우 공장 투자였다"며 "5개월 동안 투자가 미뤄지면서 2019년 상반기에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