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10년만에 언론에 등장...아들 장동하 부문장도 데뷔전
"상장·승계 계획 없다...생활가전 분야 시너지 낼 수 있는 M&A 검토"

교원그룹이 스마트 교육사업 강화와 생활가전 호텔업 등 비교육 사업 확장 등으로 내년에 2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인 1조3000억원보다 50% 늘어난 공격적인 목표치다. 특히 생활가전 등 비교육 사업의 매출 비중을 최소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21일 서울 동대문 디지털프라자(DDP)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화와 혁신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변화, 즉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해 내년 그룹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제 종이만 가지고 공부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인공지능(AI)시대에 맞춰 회사의 교육사업 방향을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지난 2008년 이후 10여년만에 언론에 얼굴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장남 장동하(35) 교원그룹 기획조정부문장도 언론에 처음 모습을 보이는 데뷔전을 치렀다. 장 부문장은 기획조정부문 외에도 올해 교원그룹이 선보인 ‘더오름’ 방문판매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왼쪽)과 장동하 교원그룹 기획조정부문장이 21일 서울 동대문 디지털프라자(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교원그룹은 교육·생활·호텔레저 등 3개 사업군에 8개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3000억원이다. 내년 2조원을 달성하려면 50% 이상 성장해야 한다.

장 부문장은 “ICT(정보통신기술)기기를 접목한 교육 시스템과 환경가전·렌탈가전 품목 확대 등을 통해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교육사업의 경우 32년 경험이라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교육의 글로벌화, 즉 ‘K-러닝(learning)’을 꿈꾸고 있다. 여러 미래지향적인 콘셉트를 갖고 전세계 시장에 통할만한 콘텐츠를 발굴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 베트남 시작으로 K-러닝 꿈꾼다…스마트한 콘텐츠로 미래교육 선도

교원그룹이 꿈꾸는 K-러닝의 출발은 베트남이다. 교원그룹은 지난 8월 베트남 정부 소유 공기업과 아동용 교육 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내년 상반기에 스마트 영어교육상품 '도요새잉글리시'를 출시할 예정이다. 장 회장은 "베트남에서 두번째로 큰 통신회사와 계약했다"며 "로열티만 100억원가량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요새잉글리시는 스마트 기기(스마트펜, 전용 태블릿PC) 스마트 앱(도요새잉글리시 및 멤버십 앱) 스마트 교재 등으로 구성됐다. 스마트펜으로 교재를 터치하면 강의와 첨삭 문제 등 연관된 디지털 콘텐츠를 전용 태블릿PC로 확인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콘텐츠 사업도 본격화한다. 교원그룹은 지난 2015년 기존 종이교재에 스마트펜과 전용 태블릿PC를 더한 ‘스마트 빨간펜’을 출시했다. 스마트 빨간펜 회원수는 출시 후 한달만에 3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6월 기준 20만명에 달한다. 지난 9월 선보인 ‘스마트 구몬’은 전용 앱을 켜고 K-펜, K-지우개를 사용해 종이교재에 문제를 풀면 공부한 과정이 데이터로 저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풀이 결과는 다음날 채점돼 데이터 분석과 함께 전달된다.

교원 ‘스마트구몬’으로 문제를 푸는 모습.

지난달에는 스마트 독서 프로그램 ‘빨간펜 창의융합 영재스쿨’을 내놨다. 이 프로그램은 책 추천에 그치지 않고, 아이가 책을 끝까지 제대로 읽도록 유도한다. 명작전집 ‘교원 올스토리’를 하루 30분씩 꾸준히 읽도록 플랜을 짜주는 ‘개별 맞춤 스케줄’ 기능도 있다. 현재까지 가입회원 수는 2만2000명이 넘는다.

장 회장은 “빨간펜·구몬 등 대표 교육 프로그램 회원이 계속 줄어들어서 고민 끝에 스마트를 결합했다. 지금은 회원이 많이 늘어난 상태”라며 “현재 통합 40만여명이 가입돼 있는데, 이 추세로 가면 내년에는 100만명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혼합현실(MR)이 접목된 콘텐츠도 소개했다. 고글처럼 생긴 홀로렌즈를 쓰고 눈앞에 펼쳐진 우주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며 행성의 위치를 확인하는 식이다. 교원그룹은 내년에 ‘인공지능(AI) 가정교사’도 일부 도입할 계획이다. IBM의 AI ‘왓슨’으로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수준별 문제를 제공해 체계적인 학습을 도와준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은 이미 학습지·전집에 도입했다. 스마트펜으로 그림에 색칠을 하고 VR기기로 보면 색칠한 그림이 움직이는 식이다.

◆ 비(非)교육 사업 확장…“상장·승계 계획은 아직 없어”

상조·생활가전·호텔업 등 비(非)교육 사업도 키운다. 장 부문장은 "내년 전체 매출 2조원 가운데 비교육 부문에서 매출을 최소 30%까지는 끌어올릴 것"이라며 "상조사업의 경우 올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원 수도 45만명으로 업계 3위 안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원그룹은 지난 12일 ‘안마의자 클래식’(왼쪽)과 ‘안마의자 로얄’을 출시하며 안마의자 시장 진출을 알렸다.

환경가전 브랜드 ‘교원웰스’는 안마의자 등 건강가전제품까지 품목을 늘린다. 장 부문장은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를 통해 타사 제품보다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뇌파를 분석하는 등 여러가지 헬스케어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카테고리를 통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경쟁상황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 교원의 전략”이라며 “가정에서 채소를 키우는 제품인 ‘웰스팜’은 세상에 없던 영역이며 내년에는 이 사업을 강화해 렌탈 필수품으로 자리잡도록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활가전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만한 곳이 있으면 인수합병(M&A)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장 회장은 “과거 SK매직, 코웨이 등 정수기 업체 M&A를 여러번 시도했지만 성공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도 관련 분야 M&A는 계속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이슈가 됐던 코웨이 인수건에 대해서는 “교원이 인수할 규모를 넘어섰다. 교원웰스가 내년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여기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에도 호텔사업에 착수한다는 뜻도 밝혔다. 교원그룹은 현재 제주도, 경북 경주, 전북 남원, 강원도 양양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장 회장은 “현재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구몬사옥을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하고 있다”며 “약 117개 객실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장 부문장이 총괄을 맡고 있는 방문판매사업 ‘더오름’은 향후 화장품, 건강식품 품목 및 브랜드를 늘리고 렌탈사업과의 제휴를 통해 덩치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한편 장 회장은 이날 교원그룹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 “상황이 되면 하겠지만 재무구조상 굳이 안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부문장은 “교원의 힘은 오너의 철학과 생각을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데 있다. 상장을 하면 그게 흐려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2세 승계에 대해서도 아직 먼 일이라는 입장이다. 장 회장은 “승계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없다. 장 부문장은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회사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서면 승계를, 그렇지 않으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