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양천구의 6억원대 아파트를 사기로 가계약한 김모(32)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지난 19일 주거래 은행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며칠 사이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0.15%포인트 오른 것이었다. 김씨는 "하루 사이에 이자 부담이 수십만원이 늘었다"며 "내년에도 이렇게 금리가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지난 18일 일제히 올랐다. 작년 7월 역대 최저인 2.66%까지 떨어졌던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최고 4.57%까지 뛰어올랐다. 내년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대출자의 절반 가까이 금리 인상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다.

'빚테크' 성패를 가르는 금리의 향방을 가늠하려면 '코픽스'를 봐야 한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은행이 자금을 모을 때 든 비용(금리)을 평균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시중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오른 것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코픽스가 훌쩍 뛴 탓이다.

코픽스 금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은행이 지난달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든 비용을 감안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신규 코픽스)'와, 그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누적적으로 고려한 '잔액 기준 코픽스(잔액 코픽스)'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상품도 신규 코픽스 상품과 잔액 코픽스 상품으로 나뉜다. 잔액 코픽스는 그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반영하다 보니 현재 시장금리를 천천히 반영한다. 하지만 신규 코픽스는 지난달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신규 코픽스 금리, 잔액 코픽스보다 높아지며 역전

특히 이번 달 들어 신규 코픽스 금리가 잔액 코픽스보다 높아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15일 은행연합회는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달 대비 0.15%포인트 오른 1.7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1년 2월(0.16%포인트)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04%포인트 오른 1.66%에 머물렀다. 신규 코픽스가 잔액 기준 코픽스보다 높아진 건 2010년 2월 코픽스 출범 이후 처음이다.

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시중 5대 은행도 18일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조정했다. 19일 기준 은행별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한은행(3.12~4.43%), 우리은행(3.17~4.17%)·KB국민은행(3.26~4.46%)·KEB하나은행(3.370~4.409%)·NH농협은행(2.98~4.57%) 등이다. 잔액 기준 연동 금리 신한은행(2.91~4.22%)·우리은행(3.06~4.06%)·KB국민은행(3.30~4.50%)·KEB하나은행(3.409~4.409%)·NH농협은행(2.87~4.46%)보다 높아졌다.

단기 주담대 '코픽스 신규', 장기 주담대 '고정금리' 유리

코픽스 금리 역전에 따라 대출상품 유·불리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초(超)저금리였던 지난 몇 년 동안은 신규 코픽스 상품이 인기였다. 하지만 향후 금리 인상기에는 천천히 금리가 오르는 잔액 코픽스 상품이 유리할 전망이다.

또 내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코픽스 상품이 아닌 고정금리 상품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잔액 기준)이 작년 9월 말 47.24%에서 올해 9월 말 51.12%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출자 본인의 상환 예정 기간, 예상되는 금리 인상 속도 등을 감안해 상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2년 이내로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 신규 대출자의 경우 금리가 비교적 싼 잔액 코픽스 상품이 유리하다. 또 5년 이상 장기 대출은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3~5년 기간의 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금리 인상이 빠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고정금리'를, 완만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변동금리' 대출을 권한다. 조윤석 신한PWM일산센터 팀장은 "2019년 미국 기준금리가 3%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시점에선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지만 2년 내에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따라잡을 확률이 높은 만큼, 2년 이상 장기 대출은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했다. 반면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3~4번은 올려야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따라잡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5년 내 대출은 변동금리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섣부른 '갈아타기'는 금물이다. 대부분 은행은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해약할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대출금액의 1.5%까지 적용)를 받기 때문이다.

은행보다 금리 싼 정책성 모기지도 고려해야

돈을 장기로 빌릴 예정이라면, 은행보다 싼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성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를 우선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책성 모기지는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적격대출 등이 있다. 고정금리 조건이고(적격대출은 변동금리도 선택 가능), 적어도 1년 후부터는 원금·이자를 갚아나가야 한다.

정책성 모기지는 정책 목표가 다른 만큼, 대출 조건도 다르다.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를 지원하기 위한 보금자리론은 소득 7000만원(부부 합산) 이하인 사람이 6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 받을 수 있다. 원리금을 10·15·20·3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한다. 금리는 연 3.10%(10년)~3.45%(30년)로 시중은행보다 유리하다.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을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딤돌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만 받을 수 있고 주택은 전용면적이 85㎡보다 작아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은행권에서 보기 어려운 연 2.25~3.15%의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소득 기준이 없는 적격대출(금리 3.50~4.33%)은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 신청 자격을 준다. 대출 한도가 최대 5억원이어서 보금자리론(3억원)이나 디딤돌대출(2억원)보다 큰돈을 빌려 쓸 수 있다.

단,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정책성 모기지는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보다는 상환 부담이 클 수 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은행들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기준이 되는 금리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반영해 산정한다. 시중은행은 코픽스 금리에 은행별 가산 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한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발표하면 이튿날(1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적용된다. 코픽스는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 두 가지가 있다. 잔액 기준은 월말 조달 자금 잔액을 기준으로 계산해 시장금리를 천천히 반영한다. 반면 신규 취급액 기준은 해당 월의 신규 조달 자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금리를 빠르게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