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는 첨단 기술 기업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구글·애플처럼 지멘스가 선두에서 기술 혁신을 이끌 것입니다."
유럽 최대 발전 설비 업체 지멘스의 조 케저(60) 회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에서 개최한 '이노베이션 데이 2017' 기조연설에서 기술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지난 수십년간 지멘스의 주력 업종은 발전용 터빈 제조를 포함한 전력 사업이었다. 케저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화력발전 등 기존의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를 과감히 정리하고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기반의 스마트 공장 시스템과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케저 회장은 특히 빅데이터 분석과 사물인터넷(IoT)기술을 적용해 독자 개발한 스마트 공장 관리 시스템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적극 소개했다.
◇케저 회장, 구조 조정·체질 개선 나서
2013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케저 회장은 기술 개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멘스의 연구·개발(R&D) 투자비는 2014년 41억유로(약 5조2000억원)에서 올해 52억유로(약 6조6000억원)로 증가했다"면서 "내년엔 56억유로(약 7조2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투자 규모가 약 40%나 증가한 셈이다. 그는 2014년엔 '비전 2020'을 발표했고 2016년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술로 연결하는 미래 기술 개발 사업부도 신설했다. 이 부서 총괄을 롤랜드 부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맡겼고 5년간 예산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따로 배정했다.
케저 회장은 CEO 취임 직후부터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면서 기술 개발과 함께 과감한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실적 부진을 거듭하던 지멘스는 1980년 입사 후 최고전략책임자·최고재무책임자 등을 거친 케저를 구원투수로 CEO에 앉혔다. 그는 헬스케어, 스마트 공장 등 투자 가치가 있는 사업을 키우고 화력발전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은 단호하게 정리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노조의 반발에도 지난달 발전용 터빈 제조 공장 직원 등 6900명을 감원하고 전 세계 화력발전 사업장 23개 중 11개를 매각·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풍력·태양광발전 비중이 커지면서 화력발전 설비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멘스의 지난 7~9월 전력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스마트 공장·헬스케어 기술로 승부
지멘스는 이날 스마트 공장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인드스피어라는 기술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케저 회장은 "미래엔 공장이 얼마나 디지털화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제조업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개발을 마친 마인드스피어 기술은 스마트 공장에서 IoT 센서가 수집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공정을 만들고 관리하는 기술이다. 미리 가상의 공장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해 비용·시간 등을 최적화한 공정을 만든 뒤 이 공정대로 실제 공장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현실의 공장과 쌍둥이처럼 닮은 가상의 공장을 미리 가동해보는 셈이다. 케저 회장은 "마인드스피어는 기존 방식보다 공장 유지비, 전력 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며 "실제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전력 사용량, 모터 회전수와 같은 정보를 분석한 뒤 고장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사전에 바로잡는 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 코카콜라 공장은 시스템 고장 발생률을 15% 정도 줄였다고 한다. 지멘스는 전 세계 17개국에 마인드스피어 운영 센터 20개를 설립할 계획이다.
케저 회장은 "헬스케어 사업도 지멘스의 미래 먹거리"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지멘스 헬스케어 사업부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상장 규모는 400억유로(약 51조3000억원)로 1996년 이후 독일 증시 상장 기업 중에서 가장 크다. 의료 기기 제조와 병원 컨설팅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사업은 지난해 지멘스 사업 부문 매출 중 전력·가스 사업에 이어 둘째로 많은 138억유로(약 17조6500억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