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고용 사태를 놓고 둘로 갈린 제빵사 노조가 18일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추진 중인 3자(본사-가맹점-협력사)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제빵기사 간접고용을 인정하지 않고,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공동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조와 본사간 대화의 길은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1일 출범한 3자 합작회사 ‘해피파트너스'를 통해 직접고용 사태를 해결하려던 파리바게뜨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사태를 둘러싼 혼란이 더 커질 가능성을 높아졌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 파리바게뜨 제빵사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약 1시간30분간 파리바게뜨 제빵사 고용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노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민주노총 계열 노조는 직접고용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반면 한국노총 계열 노조는 간접고용도 허용할 수 있다며 고용 형태보다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데 한국노총 계열 노조가 이번 만남에서 민주노총의 입장에 동조한 셈이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5300여명 중 한국노총 계열 노조에는 1000여명이, 민주노총 계열 노조에는 700여명이 가입한 상태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인근 한 커피전문점에서 양대 노총과 시민단체 회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양측 노조를 중재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양 노조가 이번 직접고용 사태에 대한 책임이 본사에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며 “양 노조는 향후 본사가 교섭 및 노사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 성명으로 공문을 보내 간담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리바게뜨가 지난 1일 출범한 3자 합작회사 ‘해피파트너스’는 불법파견의 당사자인 협력업체가 들어있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최재혁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임영국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사무처장, 문현군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위원장, 김태룡 한국노총 실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 양측 노조, ‘노동권 침해’ 해피파트너스 철회 요구…파리바게뜨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강요하나”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지난 1일 가맹본부·가맹점주협의회·협력업체의 3자 합작법인 ‘해피파트너스’를 출범했다. 고용노동부가 요구한 제빵기사 직접고용 대신 합작법인을 통한 간접고용에 나선 것이다. SPC그룹에 따르면 제빵사 전체의 70%에 이르는 3700여명이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 소장은 “본사가 제빵사들로부터 3자 합작사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받는 것이나 직접고용 포기 동의서를 받는 것은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강압적인 행위”라며 “파리바게뜨 본사에 이들에 대한 압박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제빵사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근로계약서인데 그걸 어떻게 강요했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해피파트너스 설립 역시 한국노총에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직접 고용 외 여러가지 의견을 듣는다고 했던 만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양측 노조의 협의 결과에 대한 공문을 받는대로 본사와의 만남을 진행할 것”이라며 “그간 본사와의 만남과 관련해 양쪽 노조에 따로 공문을 보냈는데 아직 회신받은 바 없다. 양측이 공동교섭에 나선만큼 사태 해결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고용부, 과태료 부과 절차 착수…”본사와 제빵사 논의할 충분히 시간 줘야"

고용부와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지난 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직접고용 시정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고용부로부터 거절당했다. 고용부는 “서울행정법원의 잠정집행정지 결정으로 사실상 시정 기한이 연장돼 2개월이 넘는 시간이 주어졌다”며 “사측이 주장하는 상생회사(합작사) 찬성 제빵기사들이 제출한 동의서의 진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이에 대한 증거가 일부 제출된 점을 고려해 시정 기한 연장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거절 사유를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6일부터 제빵기사 불법파견에 대해 인지 수사 착수 등 사법처리 절차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고용부는 직접고용 포기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제빵사 1인당 1000만원씩으로 계산해 파리바게뜨에 불법파견근로와 관련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직접고용에 명시적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과태료 최종 금액은 제빵기사가 작성한 직접고용 포기 동의서의 진정성 여부를 조사한 뒤 확정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과태료를 산정한 이후에는 제빵기사가 추가로 3자 합작 법인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과태료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계획이다. 단, 이 경우 법원 조정과정에서 과태료가 감액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용부 서울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는 지난 14일 파리바게뜨에 확인서를 제출한 제빵사 등 3700명에게 직접고용 포기 의사의 진위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일괄 발송했다. 고용부는 문자 발송에 응답하지 않는 제빵사에 대해서는 2차로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이후에도 회신이 없으면 직접고용 포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16일까지 고용부의 문자에 답변을 보낸 제빵기사는 수백명으로, 중간 취합결과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의 응답자는 ‘본인 의사에 따라 작성한 것이 아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서를 내지 않았는데도 확인서를 낸 것으로 처리돼 고용부의 문자를 받은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료품업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연간 영업이익 중 상당 수준의 과태료를 물 위기에 몰려있다"며 “본사와 제빵기사, 가맹점 등이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