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요즘 그거 사면 돈 많이 번다던데 나도 좀 사게 해줘요."

서울 강북지역에서 근무하는 대신증권(003540)직원 A씨는 최근 오랜 단골인 70대 고객으로부터 "나 대신 가상화폐에 투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 고객은 비트코인이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투자 상품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A씨가 "증권사 창구에서는 가상화폐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이 고객은 "젊은 사람들은 그걸로 큰 돈 벌고 있다던데 왜 여기서는 판매하지 않느냐"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A씨는 "얼마 전부터 이런 문의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이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시세판을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증권사에서 가상화폐를 사거나 팔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중장년층 투자자 입장에선 가상화폐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 생소하다보니 평소 거래하는 증권사 창구를 찾아가 문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겁니다.

서울 강남지역의 하나금융투자 지점에서 일하는 B씨는 얼마 전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을 만났습니다. 50대 여성인 이 고객은 자신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치 않다며 B씨에게 거래소 가입과 가상화폐 투자 등을 부탁했습니다.

B씨는 "고객관리 차원에서 요청을 수용했지만, 증권 업무가 아닌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니 속으로는 짜증이 났다"며 "가상화폐나 주식이나 자산증식이라는 공통된 투자목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증권사에 부탁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은근 많은 듯하다"고 푸념했습니다.

오프라인 창구뿐 아니라 증권사 콜센터도 가상화폐 열풍에 따른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016360)은 요새 콜센터로 가상화폐 투자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문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가상화폐를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주를 이룹니다.

한 삼성증권 직원은 "콜센터 직원들이 가상화폐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하고 있다"며 "업무에 차질을 빚을 만큼 문의가 쇄도하는 건 아니지만 이로 인해 다른 투자자의 시급한 용무 처리가 지연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가상화폐에 대한 높은 관심은 고객뿐 아니라 증권사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한 증권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C씨는 "직원 2~3명만 모이면 서로의 가상화폐 투자 수익률을 묻기 바쁘다"며 "증권사 소속이다보니 겉으로는 쉬쉬하는 분위기이지만, 뒤로는 꽤 많은 직원이 가상화폐에 쌈짓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