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초대형IB(투자은행)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진출이 가로막히자 자기자본을 8조원으로 늘려 IMA(종합투자계좌) 운영이 가능한 초대형IB로 직행하는 파격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미래에셋대우는 이사회를 열고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우선주 1억3084만2000주를 신주발행하며, 예상조달금액은 약 7000억 원”이라며 “이번에 발행하는 배당우선주는 최저 배당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채권의 이자처럼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주주배정(보통주 또는 우선주를 보유한 주주) 80%, 우리사주조합 20%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미래에셋대우는 내년 1분기 8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보하게 된다.

◆ 단기금융업 인가는 ‘산 넘어 산’...“IMA 노린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글로벌 M&A를 추진하고 국내외 우량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 한국경제의 ‘혁신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유상증자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 조사로 미래에셋대우 단기금융업 진출 가로막혔던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올해 대우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큰 목표를 수립했는데 단기금융업 인가가 막혔고, 먼저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분위기가 되면서 상당히 침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4조원 초대형IB를 거치지 않고 8조원 초대형IB로 직행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 미래에셋대우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과 함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신청했다. 발행어음은 금융회사가 영업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으로 융통어음을 발행해 일반투자자에게 매출하는 형식의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이다. 정부는 은행권에 이미 허용된 이 사업 방식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게도 허용하면서,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절반을 기업금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는 유로에셋의 옵션상품 불완전판매가 도마에 오르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기관주의 수준의 경미한 징계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또 다시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단기금융업 인가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IMA(종합투자계좌)가 유력한 타개책으로 부상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되기 위해 오히려 단기금융업보다 IMA가 유의미한 상품으로 꼽힌다. IMA는 증권사가 개인 고객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통합해 운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도록 만든 상품으로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대형 금융회사만 할 수 있다. 단기금융업과 달리 자본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인가 없이도 개시할 수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IMA로 직행 가능할까...금융당국 "있을 수 없는 일"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처음 초대형IB 육성 정책을 만들 때 취지가 3조원부터 4조원, 8조원의 자기자본 단계를 차례대로 밟아갈 수 있도록 설계를 한 것인데 이를 건너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상 8조원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할 경우 IMA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인가 없이도 착수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금융당국의 심사 과정에서 제동을 걸 제도적 장치는 얼마든지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초대형IB 지정은 자기자본 요건을 비롯해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 등을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을 확보했다고 해도 8조원 초대형IB로 지정될 수 있을지 여부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미래에셋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투자회사로 올라섰지만, 오너 중심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문제가 지적돼왔다. 김 공정위원장은 과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3%)과 부인(10.24%) 등 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가족회사이지만, 그룹의 정점에서 계열사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로 돼 있다. 이 회사는 2016회계연도 연결감사보고서상 미래에셋캐피탈(19.47%), 미래에셋자산운용(32.92%)의 주요주주로 돼 있으며, 산하에 미래에셋펀드서비스(100%) 등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계열 펀드가 투자한 부동산을 관리해주는 업무를 하고 100% 자회사인 펀드서비스는 펀드 관련 부수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미래에셋캐피탈 등 지배주주 일가의 가족회사들이 편법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현재 지주회사는 총자산에서 자회사 주식가치 비중이 50%를 초과하면서 최다 출자자인 경우 피투자 계열사를 '자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캐피탈은 채권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확보한 그룹 소유구조의 핵심이지만, 매년 말 불필요한 자산을 늘려 지주회사 규제를 피해왔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검사하던 중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을 발견했고, 해당 내용을 정보사항으로 공정위에 전달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거래나 일감 몰아주기가 최종 판단되면 해당 법인과 관련자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