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국민소득 3만달러가 실현되면 2006년 2만달러에 진입한 이래 12년 만에 3만달러의 벽을 허무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가파르게 몰아치는 가운데 최근 소비자 심리지수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오랜 불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적 불안정에서 벗어나는 한편 2018년 2월에 개최될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도 내년 창업 시장을 희망적으로 보게 하는 요소다.

긍정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창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엄격해지는 근로조건, 업종 간 과당경쟁, 소비자 세대교체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 변화, 모바일 확산과 제로에포터 상거래 확산, 편의점의 상품확장과 업종 간 경계 파괴 등 헤쳐나가야 할 파도도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 기업 수는 87만6000여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와 1인 기업이었다. 2018년에도 일자리 부족 및 정년 없는 개인 사업에 대한 동경으로 변화 속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창업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2018년 창업 트렌드를 미리 짚어본다.

◆ 우리는 ‘배달의 민족’

싱글족, 코쿠닝족이 늘어나고 SNS를 통한 소통 및 모바일 라이프가 확산되면서 배달 사업의 성장세는 천하무적이다. 치킨 피자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됐던 배달 품목이 이제는 거의 전 업종으로 퍼지고 있다. 호텔식 브런치와 양식 메뉴부터 에스닉 푸드, 나아가 삼겹살과 반찬, 커피까지 배달시켜서 즐기는 세상이 됐다.

배달 사업의 장점 중 하나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주도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달의 민족’ 등 배달 앱 회사들도 배달을 활용한 마케팅 강좌를 수시로 개최해서 매출 증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배달 전략은 창업 성공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조닝화 전략, 셀렉트다이닝

부동산에서 조닝은 지역을 분할해 경계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상권 마케팅에서 조닝은 특정 지역의 경계를 만들고 의도적으로 테마를 부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셀렉트 다이닝’이다. 지금까지 외식업은 개별 브랜드를 중심으로 명성이 형성됐다면 지금은 맛집들을 선정해서 한 자리에 모아둔 셀렉트 다이닝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대형 몰들이 셀렉트 다이닝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골목길 상권과 도심 재개발 상권의 대형빌딩 등에 약 330㎡(100평), 약 660㎡(200평) 규모의 셀렉트 다이닝 브랜드 출점이 늘어나고 있다. 강남역 ‘킵유어포크’를 비롯해 을지로 ‘식탁애행복’, 서울역 ‘빌앤쿡인서울’, 시청역 ‘오버더디쉬’, 광화문 ‘파워플랜트’ 등 셀렉트 다이닝 브랜드의 경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맛집들을 선정해 한 자리에 모아둔 셀렉트 다이닝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경리단길 스핀들마켓.

◆ 커뮤니티 업종의 부상

접대는 줄어들고 교제와 친목은 늘어난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 성장 기회가 숨어 있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흡수되는 가운데 오프라인의 존재 의미를 과시하는 곳들이 커뮤니티 존이다.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모임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취향이 같은 사람들은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SNS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히 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커뮤니티 그룹들은 외식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깃집이 뜨는 이유 중에 하나도 부담 없는 모임 공간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육회와 다양한 퓨전 메뉴를 주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육회이야기’같은 주점형 전문음식점은 커뮤니티 음식점의 대표적인 사례다. 파티룸, 치킨호프, 포장마차, 노키즈존, 펫 카페, 전문음식점, 복합문화공간이나 놀이 공간, 공간대여 카페들은 대부분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존의 가치 때문에 더욱 번성할 것이다.

파티룸, 치킨호프, 포장마차, 복합문화공간이나 놀이 공간, 공간대여 카페들은 대부분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존의 가치 때문에 더욱 번성할 것이다.

◆ 외식업계에 부는 원 플레이트 트렌드

인건비 인상, 원재료비 절약, 젊은 세대들의 식문화 변화로 잡다한 찬류를 걷어낸 원 플레이트 음식은 2018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함께 외식 시장의 핵심 고객층으로 등장한 젊은 세대들은 햄버거 문화에 익숙해 반찬 따로, 밥 따로를 선호하지 않는다.

넓은 접시에 스테이크, 샐러드, 감자칩이 하나로 담겨 있거나 밥과 고기를 하나로 즐기는 덮밥, 국밥, 면 요리, 도시락 등은 모두 원 플레이트, 즉 일품요리들이다. 원 플레이트 메뉴들은 한 그릇에 필요한 음식을 모두 담고 찬은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 가성비 업종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도 서민들의 지갑은 여전히 얇다. 이들을 겨냥한 가성비 업종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닭갈비는 대표적인 가성비 메뉴로 꼽힌다. 대형 철판에 양배추 등 각종 야채와 당면 떡, 치즈, 닭고기를 1인분 7000원대 가격으로 즐기면서 밥과 술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유가네’를 비롯 이바돔이 운영하는 ‘강촌닭갈비’,‘무한계도’‘일오닭갈비’ 등 닭갈비 브랜드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가성비 메뉴 ‘닭갈비’를 판매하는 ‘강촌닭갈비’.

특히 닭은 세계인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식품이라 한국을 찾는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밖에 1500원대 저가 커피, 3000~4000원대 칼국수, 5000원대 국밥과 도시락, 에스닉푸드 등도 가성비 업종으로 계속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 경험 경제 시대의 체험형 업종

새로운 놀이 문화가 창업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원조 놀이업종인 스크린골프장이 꾸준히 인기를 얻는 가운데 스크린야구장, 펫 카페, 스크린 양궁장, 가상체험카페, 코인노래방, 만화 카페 등 체험을 강화한 놀이형 서비스 업종들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스크린야구장의 경우 함께 노는 공간이며 코인노래방이나 만화 카페 등은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들)이나 데이트족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일부 놀이형 사업의 경우 투자비가 많이 들고 유행을 탈 우려가 있으므로 사업성을 신중히 검토해서 창업해야 한다.

혼놀족(혼자 노는 사람들)에게 인기인 ‘스크린 야구장’.

특별한 사치로 여겨지던 에스닉 음식점도 배낭여행, 해외연수 등 해외 경험이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이국적인 추억을 되살려주는 일상적인 경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가 음식으로 여겨지던 태국 베트남 하와이 아프리카 인도 음식점들이 현지에 온 듯한 인테리어에 대중적인 가격으로 고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서 에스닉 테마는 경험 경제와 함께 지속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 가사 아웃소싱과 가정간편식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가정간편식과 편의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이팅 라운지’를 강화하고 판매하는 음식 종류를 다양화해 김밥이나 도시락은 물론 샐러드, 술안주까지 판매하고 있다.

서비스도 강화하는 추세다. 택배나 은행업무 외에 24시간 이용 가능한 무인세탁 서비스까지 도입하는 추세다. 이마트24는 신세계그룹과의 연계해 문화공간과 생활공간이 결합된 차별화된 컨셉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마트24는 신세계그룹과의 연계해 문화공간과 생활공간이 결합된 차별화된 컨셉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인분 배달음식만을 전문으로 하는 배달전문점도 늘어날 전망이다. 1인 삼겹살, 갈비찜, 찌개 등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혼술세트’ 및 ‘1인분 세트메뉴’가 인기를 얻을 것이다.

반찬전문점과 가정간편식 매장은 ‘1코노미시대(1인 경제시대)’에 최적화된 업종이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을 제공하는 셰프찬을 비롯 국선생, 배민프레시 등 다양한 브랜드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중 ‘국선생’ ‘오레시피’ ‘진이찬방’ 등은 총투자비 1억원대 전후의 투자비로 가정간편식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다.

◆ 아날로그 감성, 한식은 죽지 않는다

패스트푸드 및 양식과 달리 한식은 엄마의 마음과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한식은 계속 진화하면서 젊은 층들을 파고든다.

한식의 인기 배경은 언제든지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맛보려면 전문점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국밥이나 감자탕, 닭갈비, 칼국수, 불고기 심지어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중장년은 물론 젊은 층에게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한식을 집에서 즐길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것이 맛있는 한식집을 번성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다. 오래된 맛집과 함께 청년창업자들을 중심으로 메뉴를 단순화 전문화한 모던 한식 창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 얼리힐링족 겨냥 릴랙스 힐링 사업

요즘 젊은 층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추구하는 얼리힐링족들은 일상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으며 체험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식물을 테마로 한 카페나 식물 스튜디오, 꽃 정기 배달사업, 온실 레스토랑, 수면 카페, 마사지 카페, 성인 피아노 학원이나 피아노 카페, 게스트 하우스 등은 모두 얼리힐링족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들이다.

얼리힐링족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팩토리 레스토랑이나 새로운 맛집에도 관심이 많으며 도심보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골목길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 블러 현상과 공간 공유

고객이 원한다면 어떠한 경계도 파괴할 수 있는 블러 시대가 됐다. 블러(blur)란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말한다. 떡볶이와 커피, 서점과 술집, PC카페와 당구장, 플라워 숍과 바, 한식과 이탈리안 파스타를 결합한 한옥카페, 과일가게 카테일바 등 경계가 분명했던 이질적인 업종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컨셉의 업태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기업가들이 늘어나면서 공간 공유형 사무실 카페나 공동 오피스가 뜨고 있으며, 프리미엄 독서실이나 독서실형 카페 역시 2018년에도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을 것이다.

◆ 그린 & 건강

좀 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는 그린 테마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며 익숙한 사업을 재탄생시키는 원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숙기 사업자들에게 그린 테마는 차별화의 무기로, 소비자들에게는 착한상품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동물복지 닭과 무항생제 닭을 사용해 치킨을 만드는 ‘자담치킨’의 경우 치킨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만만치 않은 치킨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고객 충성도와 가맹점 결속을 끌어내는 비결은 자연에 더 가까운 그린과 건강 테마가 젊은 엄마들에게 어필한 덕분이다.

동물복지 닭과 무항생제 닭을 사용해 치킨을 만드는 ‘자담치킨’의 경우 치킨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식용유 산가를 1.0이하로 정해서 18리터 식용유 한 통으로 58마리의 닭만 튀기는 ‘바른치킨’이나 60마리를 튀기는 ‘60계’ 등도 그린테마로 부상하는 치킨 브랜드들이다. 죽 전문 프랜차이즈 ‘죽이야기’는 콘셉트를 ‘음식이 약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자연과 건강’을 강조하는 ‘그린 카페’를 표방하고 있다. 그 밖에 다양한 분야에서 그린과 건강테마를 내세운 신 업종들이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할 전망이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및 'CEO의 탄생' 저자. 서울 신사동에 있는 스타트업 카페 'CEO의 탄생'에서 '트렌드전략스쿨'과 'CEO의 탄생 사장학교', 4차산업혁명 시대의 프랜차이즈 창업경영을 가르치는 프랜차이즈 4.0스쿨 및 신사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