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창조 경제' '혁신 성장' 등 이름을 바꿔가며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지만, 벤처기업들의 성장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4일 '국내 벤처기업의 발전 과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정부 출범 이후 국내 벤처기업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핵심 주체로 부상하고 있지만, 기술 수준이 떨어지면서 성장의 한계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추락하는 벤처기업 기술력
보고서에 따르면 스스로 보유 기술이 '국내 유일'이라고 평가한 벤처기업 비중이 2012년 11.1%에서 작년 0.7%로 급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년 2000여 개 벤처기업을 상대로 표본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세계 유일' 기술을 보유했다고 응답한 벤처기업 비중도 2012년 4.2%에서 2014년 2.2%로 추락하다가 2016년엔 0%로 떨어졌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연구 개발 투자와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평균 비중은 2013년 3.2%에서 2015년 2.4%로 내려갔다. 벤처기업들의 평균 해외 투자 금액은 통계 내기 민망한 수준으로, 2012년 942만원에서 2015년 50만원으로 급감했다. 해외 투자하는 벤처기업이 극소수에 그치면서 평균 투자 금액을 대폭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도 개선하지 못해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는 벤처기업 비중이 2012년 44%에서 작년 40%로 내려갔다. 다른 기업과 공동 브랜드를 가진 기업 비중도 2012년 6.5%에서 작년 3.4%로 떨어졌다.
◇매출·수익성 동반 하락
부실한 연구 개발, 투자, 브랜드 파워는 성장세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벤처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 15.8%에서 2015년 8.6%로 크게 떨어졌다. 컴퓨터·전자부품업 업종이 특히 부진하다. 이 업종 매출액 증가율은 2012년 31.6%에서 2015년 7.4%로 급락했다.
벤처기업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대기업과 정부 납품에 의존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전체 매출 가운데 납품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2012년 67.8%에서 2015년 72.1%로 상승했다. 2015년 기준 매출 가운데 정부 납품 비중도 14.8%에 달해, 소비자 직접 판매 비중(6.1%)과 수출 비중(7.0%)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그치고 있다. 또 5%대를 유지하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5년 4.6%로 내려갔고, 부채비율(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은 2012년 146.1%에서 2015년 155.4%로 올라갔다.
벤처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수익성도 떨어지다 보니 고용 창출력도 퇴보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업체당 평균 근로자 수는 2012년 24.7명에서 2015년 23.3명으로 내려갔다. 연구 개발·마케팅 등 직군에 사람이 부족한 기업이 많지만, 여력이 안 돼 사람을 뽑지 못한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추락하면서 고용 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한계 기업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수는 2015년 기준 2754개에 이른다. 한계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보고서 지적이다. 이장균 위원은 "사업 성숙 또는 사업 한계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벤처기업의 사업 전환을 촉진해 벤처 생태계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주력 기술을 활용한 사업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기술·금융 등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