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의 본입찰이 임박하면서 매각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매각 가격을 두고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인수 후보자들의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며 매각 지연되거나 헐값에 매각될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대우건설 본사 사옥.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사전 입찰에 나선 호반건설과 중국 건설업체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S),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을 대상으로 경영진 프레젠테이션(PT)과 실무진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산은은 이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2주 뒤나 늦으면 내년 1월 초 본입찰에 들어간다.

예비 인수 후보들은 대우건설의 재무·영업 현황 등을 실사해 기업 가치를 들여다본 후 적정 인수 가격을 산정해 본입찰에 참여할지를 결정한다. 사실상 실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본입찰 후보 3곳의 실제 인수 의지와 매각 시나리오에 대한 전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건은 예상보다 낮아진 대우건설의 매각가. 인수 후보 중 예비 입찰에서 산은이 원하는 수준의 입찰가를 써낸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점에서 실제 매각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산은은 적어도 2조원은 넘어야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산은은 2011년 대우건설 주식 인수와 1조원의 유상증자를 합쳐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에 1조4000억원을 밑도는 가격을 써냈고 나머지 업체들도 2조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국내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이 인수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업체에 인수될 경우 국부 유출에 기술 유출 논란까지 걸쳐 거센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해외 사업 경험이 전혀 없고 기업 규모나 자금력 측면에서 중국 업체에 밀리는 터라 인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인수 희망가격을 1조4000억원으로 써낸 것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채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의 가치만 고려한 것이라 인수 의사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간 매출이 112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건설사인 CSCES가 최종 인수 후보가 되면 국부 유출 우려가 최대 단점으로 거론된다. 실제 현재 대우건설 노조에서는 성명서를 내고 산은에 대우건설이 졸속·부실 매각되지 않도록 매각절차를 투명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퍼시픽얼라이언스 역시 본입찰에 대한 의지가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또봇’으로 유명한 완구업체 영실업을 인수한 중국계 사모펀드로, 코웨이와 대성산업가스 등 조 단위가 넘는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로 국내 기업 M&A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경기 변동에 민감한 건설업의 경우 리스크가 커 최종 본입찰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들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내년 분양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대우건설 M&A에는 악재다. 국내 주택 공급 매출이 상당한 대우건설로선 내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중국 기업이 산은의 매각 희망가격에 얼마나 근접한 가격을 제시하느냐가 매각 성사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며 “산은으로서는 이번에 매각이 불발되면 당분간 재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