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3일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내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5%로 상향 조정한 것을 제외하면 저물가 전망 등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미국 국채 금리가 요동치는 등의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및 장기 채권금리가 한국보다 높을 경우 내외부 충격에 대한 변동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는 내년 2.25%, 2018년 2.75% …은 2%가 고작

이번 FRB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 뿐만 아니라 내년도 경제 예측 및 통화정책 방향을 담고 있는 경제전망보고서(SEP)도 관심사였다. 특히 FOMC 이사와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내놓은 당해 말부터 2년 뒤까지 3개 연도의 금리와 그 이후의 장기적인 기준금리 전망치를 한 명당 점 하나를 찍어 표시한 그림인 ‘점 도표(dot plot)’이 핵심이었다. 점 도표는 FOMC 각 구성원의 금리 전망과 성향을 압축해 보여준다.

SEP는 1년에 네 차례 발표되는 데 FOMC 직전, 회의에 참석하는 재닛 옐런 FRB 의장을 비롯한 FOMC 이사들과 12개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연방 기금금리 전망을 비롯해 경제성장률·실업률·근원 인플레이션 등 주요 경제지표 예측치를 내놓으면 이를 취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미국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SEP를 FOMC 의사록이나 베이지북보다 더 중요한 자료로 간주한다.

점 도표에서 2018년 최적 기준금리로 가장 많이 꼽힌 금리는 연 2.0~2.25%였다. 그리고 2019년엔 연 2.5~2.75였다. 2019년에는 2.75% 이상 금리를 거론한 FOMC 구성원들도 8명으로 절반에 달했다. 한 마디로 FRB가 2018년에도 세 차례, 2019년에는 두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은 2018년 1~2차례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 회복 속도가 ‘완전 고용’에 가까운 미국보다 더딘데다 노동 시장 여건도 좋지 않아 수요압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0.50%포인트 추가 인상을 가정할 경우 한국의 기준금리는 2.0%에 불과하다. 2019년 이후 금리 인상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逆轉)되는 형세가 2018년 이후 오랫동안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기간 영향 크지 않지만 취약성 커질 것”

전문가들은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단기간 큰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전망한다. 한국 금리가 낮더라도 원화 강세 등으로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채권 투자 수익은 금리뿐만 아니라 환율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변동환율제에서 금리 변동의 충격을 환율이 완충해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이 경상수지 흑자 누적에 따른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거나, 한국인 자금이 고금리 상품을 찾아 대규모로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의 경우 환전 등에 따른 직간접 수수료를 모두 감안한다면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면 해외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0.50% 전후의 금리 역전 현상이 자금 흐름에 큰 변동을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지금보다 약간 더 빨라져도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4월 국회에 제출한 ‘2017년 상반기 통화신용정책보고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고 있다. 한은은 “1999~2001년, 2004년 10~12월, 2005~2007년 등 한미 기준금리 및 장기시장금리가 역전됐을 때 외국인 투자자금은 오히려 순유입됐다”고 지적했다. 1992년부터 최근까지 외국인 투자자금 동향 및 이와 관련된 국내외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미국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과 직접 연관된 내외금리차, 원달러 환율, 글로벌 유동성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및 선진국과의 성장률 격차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2015~2016년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의 경과를 살펴본 결과 내외금리차보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전이, 국내 경제의 취약성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나타났다. 미 FRB의 기준금리 인상과 한국과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 역전이 대규모 자본 유출을 촉발시킨 것은 2015~2016년이 유일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심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공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나 장기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을 경우, 신흥국인 한국 시장의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면 보유 자산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국내외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지게 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 환율이나 금리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있었던 2004~2005년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2007년에는 유럽계를 중심으로 일거에 자금이 빠져나간 적이 있다”며 “금리 역전 현상이 원인이라 지목할 순 없지만, 그로 인해 국내외 리스크에 대한 한국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높아진 게 간접적인 배경 정도는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