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판교에 조성 중인 '판교 제2테크노밸리'가 2022년까지 스타트업 등 1400여개 사(社)가 입주하는 '벤처기업의 메카'로 육성된다.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 중 하나인 '혁신 성장'의 거점 기지로 낙점받은 것이다.

정부는 11일 오후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판교 제2테크노밸리(판교 2밸리)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판교를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중관춘(中關村), 영국 테크시티 등과 견줄 수 있는 창업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향후 10년간 3000여개의 창업 기업이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렴한 공공 임대 창업 공간 대폭 확충

판교 2밸리는 이미 1300여개 기업, 7만명이 입주해 연매출액 70조원 이상을 올리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북쪽 성남시 시흥동·금토동 일대 43만㎡ 땅에 조성된다. 작년 3월 1단계 사업이 착공해 부지 조성 공사가 끝났고, 기업지원허브 등 일부 건물은 완공돼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이다. 활성화 방안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 확정한 '창조경제밸리 마스터플랜'에서 창업 지원과 소통·교류 프로그램을 보강한 것이다. 단지 명칭도 '판교창조경제밸리'에서 '제2테크노밸리'로 바꿨다.

정부는 우선 창업 기업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조성해 임대하는 공공임대 창업 공간을 기존 4개 동(棟) 500개 사 규모에서 9개 동 1200개 사 규모로 확충한다. 이를 위해 기업성장센터 3곳과 SW(소프트웨어)드림센터, ICT융합센터 등 5개 동이 추가된다.

경기도 성남에 조성 중인 ‘판교 제2테크노밸리’ 예상도. 정부는 2022년까지 벤처기업 등 1400여 회사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최고 수준 창업·혁신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기업지원허브는 11개 창업지원센터와 240개 기업의 활동 무대가 된다. 기업성장센터에는 창업 3~7년 차 벤처기업 700개 사가 주변 임대료 시세의 80% 수준에 입주하고, ICT융합센터엔 성장 가능성이 글로벌 기업 60개 사가 2021년 입주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이 신흥 창업자를 위해 제공하는 공간도 있다. 선도 벤처기업이 입주하는 '벤처타운'은 건물 전체 면적의 30%를 소규모 창업 기업 200개 사에 무상으로 임대한다. 또한 사업 기반을 잡은 벤처기업들이 후배들에게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고 컨설팅하는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사) 설립도 지원할 방침이다. 혁신 벤처기업 16개 사에 단지 내 부지를 판매하고, 자율적으로 중소 벤처기업에 업무 공간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혁신 타운'도 조성한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면 누구나 찾아와 일할 수 있는 공유형 오피스도 만들어진다. 1300석 규모의 1인 창업자용 오픈 카페와 스마트워크센터가 들어선다.

자율주행 등 신기술 구현하는 중심지

정부는 "아이디어만 갖고 판교 2밸리를 찾아온 기업도 창업 대열에 성공적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기술, 금융컨설팅,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R&D)부터 창업 실패 후 재도전까지 창업 전(全) 단계에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창업진흥원이 내년부터 기업지원허브 내 창업존에서 정부의 연구·개발, 재정 지원 사업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드론·자율주행·헬스케어 등 11개 신산업 분야에 대한 테스트 환경도 조성된다. 특히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를 실생활에 구현하는 중심지로 판교2밸리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판교역부터 판교2밸리까지 5.5㎞ 구간에서 자율주행 순환 셔틀(11인승) 2대를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풍조에 맞춰 영화관·도서관·미술관 등 문화 공간과 상업 시설이 집적된 아이스퀘어(I-Square)를 조성한다. 청년 근로자의 주거 지원을 위해 창업지원주택 500가구와 소형 오피스텔 800실이 공급되고, 317실 규모의 호텔도 지어진다. 경부고속도로에서 판교 2밸리 내 주요 시설로 직접 이동할 수 있게 광역버스 환승 정류장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