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SF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머잖은 미래에 펼쳐질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1세기 말 지구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 상승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는 재앙적 수준의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의 증가로 이어져 자연생태계의 순응력을 초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구평균인 0.74℃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국립기상연구소(2007)는 21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20세기 말보다 4℃ 상승하고 강수량은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100년이면 해수면의 높이가 약 1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평균기온이 1.5~2.5℃ 상승하면 전체 동식물의 20~30%가 멸종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상태에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기우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환경연구센터는 연평균기온이 2℃ 상승하면 온대 지역의 대표 수종인 신갈나무가 지리산, 덕유산, 태백산맥 일부에만 분포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신갈나무는 서어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의 극상림(식물 사회 천이의 마지막 단계에 발달하는 안정화된 숲)을 이루는 수종입니다. 대개 높은 산에서 자라므로 기온이 상승하면 더 이상 도망갈 높은 곳이 없어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활엽수 중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공산이 큽니다.
침엽수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목, 분비나무, 사스래나무 등 아한대식물은 거의 멸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나무들도 모두 아고산대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들이라 더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해 고사목 신세가 되기 십상입니다.
남부지방 수종으로 알려진 구상나무의 경우에도 고사 현상을 놓고 각 지자체마다 면밀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제주도는 한라산의 구상나무 군락의 집단 고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수령이 비슷한 나무들로 구성된 동령림(同齡林)의 고사 현상은 자연적인 집단 사망일 뿐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고령목이 아닌 나무의 고사도 발견되므로 고사한 나무 모두를 자연적인 사망으로 여기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구상나무는 한국특산식물이라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식물은 기온에 따라 거처를 옮깁니다. 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중위도 지역의 식물은 북쪽으로 약 150㎞, 고도는 위쪽으로 150m 정도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초본류처럼 크기가 작은 종자를 가진 식물이 아닌 이상 현재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식물이 많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식물종의 분포 범위가 줄어들거나 소멸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는 국토 면적의 64%인 산림 지역 내에서 발생하므로 대비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에 커다란 국가적 손실로 돌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100년에는 남한 저지대의 난·온대림이 북위 40°까지 북상하고, 남·서해안 지역에서는 아열대림이 형성될 것이며, 남한의 냉·온대림은 1990년의 10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합니다.
특히 삼림의 이동 속도가 연간 0.25㎞일 때 남·북한 전체 면적의 16%나 되는 3만 9백여㎢의 숲이 사라지고 경제적 손실도 연간 약 4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아주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식물의 계절 변화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식물종 가운데 해발 1,000m 이상에 분포하는 고산성 식물과 북방계 분포종, 그리고 각 보존기관에서 심어 관리하는 식물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조사대상종의 잎눈 또는 꽃눈 파열 시기를 측정하는 것에서부터 개화와 개엽의 시기를 체크하고 결실과 단풍 및 낙엽까지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기온 변화에 따른 식물의 계절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향후 식물 분포 변화에 대한 예측 및 대비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고 실용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애국가 2절에 등장하는 남산 위의 소나무가 2050년 후에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경고를 흘려듣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 반드시 일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이 계속 우울한 미래를 예측하는데도 그 예측을 뒤바꾸지 못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계도를 더욱 강화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