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테크놀로지가 바꾼다.' 올 한 해 국내외 테크 뉴스를 취재한 조선일보 테크팀이 2017년 테크놀로지(Technology) 10대 뉴스를 되돌아본 명제(命題)다.
1 세계 시총 1~5위 점령한 테크 기업의 진군
세계 경제에 테크 기업 전성시대가 열렸다. 애플이 지난달 세계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 9000억달러(약 984조원)를 돌파했다. 애플이 압도적인 시총 1위로 치고 나가는 가운데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이 시총 2~5위를 휩쓸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 시총 순위 상위권을 장악한 전통의 강자인 석유·금융 회사들을 뛰어넘은 것이다. 세계 경제의 구조가 인터넷·모바일에 기반한 테크놀로지 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 대한민국 반도체 매출 100조원 돌파
'반도체 코리아'의 한 해였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반도체 부문 매출 합계는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반도체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 전체의 20%에 육박하며 한국의 수출액 규모를 세계 8위에서 6위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와 함께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이후 43년 만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맹주인 인텔을 넘어서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낸드플래시의 원조인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며 글로벌 반도체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3 神의 영역에 한발 다가선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를 이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없애는 연구에 잇따라 성공하며 난치성 유전병 치료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 10월 미국 하버드대와 MIT 연구진이 각각 사람의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DNA를 잘라내지 않고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DNA 가닥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는 대신 DNA를 이루는 염기 하나만 바꾸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부분만 골라 잘라내는 단백질 효소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8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에서 심장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공동 연구진은 실제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질병 유전자를 정확하게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4 비트코인 1600만원 돌파… 현실 세계 뒤흔든 가상화폐
전 세계에 가상화폐의 광풍(狂風)이 불었다. 2010년 0.003달러(약 3.28원)였던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올 1월 1일 997.69달러(약 109만원), 12월 7일 1만4624달러(약 1600만원)로 약 500만배 올랐다. 이더리움·리플 등 1200종이 넘는 가상화폐가 등장했고 전 세계 온라인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되면서 그 가치는 하루에도 수십%씩 오르내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은 가상화폐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한때의 바람인지, 새로운 금융 혁신인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미국 시카고선물(先物)거래소는 10일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기존 금융권에서도 가상화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5 리니지M·리니지2레볼루션·던전앤파이터… 한국 게임, 수출 5조원 돌파
한국 게임의 수출액이 올해 역대 최초로 5조원을 넘어 한국 상위 20위권 수출 품목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 게임 산업이 2000년 수출 1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17년 만이다.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 일본 시장에서 대박을 쳤고, 넥슨은 PC RPG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중국 시장에서 한 해 동안 약 8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MMORPG '리니지 M'의 흥행으로 올해 매출이 작년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6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음성 인식 스피커 열풍
AI(인공지능) 시대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올 초만 해도 미국의 일반 가정에서 아마존 AI 스피커인 에코를 눈앞에 두고 "알렉사"라고 음성으로 부르는 장면을 국내에서는 신기하게 바라봤다. 올해 1년 새 KT의 기가지니, SK텔레콤 누구, 네이버 웨이브, 카카오 카카오미니 등 국내에서 팔린 AI 스피커만 70만대를 웃돈다. 올 초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8이 빅스비를 채택하면서 음성 인식 비서는 스마트폰에서 흔하게 보는 기능이 됐다.
7 가짜 뉴스 논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확산의 온상으로 지목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9월 페이스북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와 관련된 470개의 가짜 계정에서 10만달러(약 1억940만원)를 받고 인종차별과 반(反)이민을 부추기는 광고를 집중 게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10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계정에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이 사람들을 함께하도록 하기보다는 분열의 길로 이끌었던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다. 가짜 뉴스 전파와 여론 왜곡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미국 의회에선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 상원은 10월 31일부터 사흘간 열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규명 청문회에 인터넷 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8 5G 이동통신 경쟁 스타트
한·중·일 통신업체들이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수십 배 빠른 5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을 실현하는 인프라(infra)다. 한국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중국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향후 7년간 약 200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일본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는 2023년까지 51조원을 투자해 일본 열도 전역에 5G를 보급할 예정이다.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올해 미국 도시 11곳에서 5G 시험망을 선보이고, T모바일도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 5G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9 미국을 넘어설 기세의 중국 테크 굴기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지난달 20일 홍콩 증시에서 아시아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546조원)를 돌파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의 테크 굴기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11월 11일 광군제(독신자의 날) 할인 행사 하루에만 1682억위안(약 27조7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50%에 육박하고, 한국의 주 무대인 메모리 반도체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위협적인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10 한물갔다던 日 전자업체의 부활
1990년대 후반까지 세계 전자산업을 주도했다가 몰락했던 일본 전자 대기업들이 과거의 영광 재현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 7개 주요 전자업체의 상반기 회계연도(2017년 4~9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소니·파나소닉·히타치제작소·후지쓰 등 4개 업체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오랜 적자에 시달렸던 샤프도 405억엔(약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7개 전자 업체가 모두 영업이익을 대폭 늘렸다. 일본 전자업체의 부활은 단순히 일본 내수 활황에 힘입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100년 동안 축적해 온 탄탄한 부품 기술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재평가를 받으며 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