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로’는 기계와 일렉트로닉스가 결부한 공학 기술을 의미하는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의 줄임말인 ‘메카’와 한자 ‘길 로(路)’자를 합친 말로, 우리 회사가 ‘모든 기술이 통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이재정 메카로 대표이사 사무실 벽면에 붙어있는 메카로의 경영 이념.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 메카로의 이재정 대표이사는 메카로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메카로는 지난 2000년 설립됐다. 주요 제품으로는 전류누설이나 간섭현상을 막는 전구체(프리커서)와 실리콘 웨이퍼에 열에너지를 균일하게 공급하는 부품인 히터블록 등이 있다.

이 대표는 “메카로는 오너 중심으로 발전하는 회사가 아닌, 우리 임직원 모두의 가치관인 경영이념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회사”라며 “임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이 내 신념이고, 이것이 곧 고객만족과 주주만족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메카로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메카로는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 경영·기술 개발 철저한 ‘분업’ 통한 시너지 효과

이 대표는 메카로의 창업자는 아니다. 메카로의 창업자는 현재 메카로의 정태성 부사장과 장혁규 연구소장이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출신의 유능한 엔지니어들이었다. 이들은 원자층 증착 장비(ALD)를 개발하기 위해 함께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다. 원자층 증착이란 반도체 기억소자인 콘덴서 등의 표면에 보호막을 증착시키는 기술이다.

이재정 메카로 대표이사.

그러나 뼛속부터 공학도였던 이들은 ‘경영’이라는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이 대표는 “당시 정 부사장과 장 소장은 자금 여력 부족 등으로 기술 개발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이에 그들은 평소 SK하이닉스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이 대표를 찾았다. 이 대표는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부품소재 업체 솔믹스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평소 막역한 사이였던 이 대표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06년 메카로에 합류했고,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됐다. 메카로는 솔믹스의 자회사가 됐다.

이 대표는 “서로 잘 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해 확실한 업무 분담을 했다”며 “정 부사장과 장 소장은 경영에 대한 부담을 줄여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 연구 개발에만 몰두하고, 나는 이러한 핵심 기술들을 시장에 적용시킬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키우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두 엔지니어도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반도체 화학기상증착(CVD)·원자층증착(ALD)의 핵심 기술이자 현재 메카로의 주요 제품인 히터블록과 전구체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메카로 전체 매출 중 전구체 매출은 78.9%, 히터블록 매출은 21.1%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메카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협력업체로 등록을 해 놓은 상태다. 이 대표는 “동종 업계에서 양사 모두와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흔치는 않은 일”이라며 “내가 회사에 합류하기 전 창업 이래 2005년까지 약 5년 간 핵심역량개발을 집중했던 것이 탄탄한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메카로 지분 인수에 전 재산 ‘몰빵’…성장세 지속

메카로 공장에서 반도체 부품을 생산 중이다.

위기도 있었다. 2008년 메카로의 모회사였던 솔믹스가 SKC에 매각되면서 메카로가 SKC의 손자회사가 된 것이다.

이 대표는 “2006년 전문경영인으로 취임을 한 뒤 메카로 임직원들과 ‘1조 매출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제 전 재산은 물론, 부모님의 전 재산까지 담보로 대출해 솔믹스에 있던 메카로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모험을 결정한 것이었다”며 “약 1년여의 시간 동안 SKC와 인수협상을 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인생공부를 하게 됐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메카로는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현재 히터블록은 일본을 비롯한 미국, 대만,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고, 전구체는 미국과 대만으로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히터블록은 국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70%에 이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더욱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중국 매출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계속된 도전에 메카로의 실적은 지난 2006년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는 급성장세를 나타냈다. 2014년 6억1400만원 규모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2015년에는 55억9400만원으로 9배 정도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억4900만원에서 41억2100만원으로 10배가 넘게 증가했다.

올해도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메카로 자체 결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액 757억원, 영업이익 30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481억원)과 영업이익(30억원)을 뛰어넘었다.

◆ “4차 산업혁명 수혜 10년 갈 것…파트너로 길게 함께 가기를 바란다”

이번 공모 과정에서 메카로에 유입될 총 공모 자금은 66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이 자금은 공장 신축과 음성 공장 증설, 신규 사업, 제품 연구 개발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재정 대표이사 사무실에 붙어있는 임직원들의 결혼식 사진. 이 대표는 임직원들의 결혼 주례를 맡아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오는 2022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임직원들 앞에서 공표했다. 그는 최근 반도체 산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4차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는 국면에서 이 산업의 경기는 최소 10년 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고객사가 많아지면 메카로와 같은 부품 소재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상장이라는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이 시기가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메카로의 경영이념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과정에서는 메카로를 ‘숫자(실적)’만 보고 평가했다면, 이제부터는 메카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동반자이자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장기간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39억1700만원(2017년 상반기 기준)

▲주요주주(공모 후 기준): 이재정(35.97%), 이재홍(25.13%), 정태성(4.79%), 장혁규(4.79%) 외 6인

▲주간사(한국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앞으로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메카로의 주력 부품이 사용되는 디램(DRAM)의 수요가 부진하거나, 당사가 반도체 소자의 기술개발 속도에 대응하는 후속 기술개발에 실패하는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반도체 소자업체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납품사에게 소재 또는 부품에 대한 단가 인하를 일정 부분 요구할 수 있음. 이는 당사의 경우에도 해당되어 향후 매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신규 경쟁업체의 시장진입 또는 경쟁 기술 개발 등으로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될 경우, 제품 단가 하향 및 당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특히 당사가 자체개발해 SK하이닉스로 독점공급 중인 ZM40 제품의 경우, 앞으로 SK하이닉스에서 수급 안정화를 위한 공급사 다변화를 꾀할 수 있어 시장 독점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