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LG전자가 단행한 스마트폰사업본부장 교체는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본부가 2015년 2분기 이래 기나긴 적자의 수렁에 빠지면서 '스마트폰 사업 포기설(說)'에 휩싸여 왔다. 그러나 LG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최근 성과가 가장 좋은 생활가전·TV사업본부에서 활약한 에이스들을 스마트폰 사업 수장과 연구개발 책임자로 전격 임명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세계 정상급인 생활가전·TV 사업의 성공 DNA를 스마트폰 사업에 이식하겠다는 의미"라며 "사업의 축소가 아니라 반등을 위한 인력 보강"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사업분야 에이스 데려왔다
황정환(52) 신임 스마트폰사업본부장(부사장)은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TV사업본부에서 TV연구소장을 맡으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신제품 개발을 지휘한 인물이다. LG전자 OLED TV가 2013년 첫 출시 후 4년 만에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군으로 안착하는 데 기여했다.
황 부사장은 특히 여러 TV 모델을 몇 가지 표준 모델로 통합한 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만드는 '플랫폼화'와 여러 모델에서 함께 쓸 수 있는 공용 부품의 비중을 높이는 '모듈화'를 주도해 제품 개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 관계자는 "OLED TV를 성공시킨 황 부사장에게 스마트폰을 살려보라고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술 개발을 총괄하게 된 김영수(54) MC연구소장(전무)은 생활가전사업본부에서 2006년부터 세탁기연구실장, 생활가전연구소장을 역임한 생활가전 개발 전문가다. CEO 조성진 부회장이 세탁기사업부장 시절 시작한 제품 플랫폼화·모듈화를 현장에 접목시킨 주역이다. 이를 통한 비용 절감은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이 9%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생활가전·TV 성공 비결 이어받겠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본부도 올 들어 생활가전·TV의 성공 공식을 따라 제품을 플랫폼화·모듈화하고 있다. 기존의 방대한 제품군을 축소해 G·Q·V 시리즈로 통합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품 여러 개를 하나로 묶어 설계하는 '모듈 디자인'을 도입했다. 황 부사장은 본부장에 임명되기 전인 지난 6월부터 스마트폰사업본부 단말사업부장을 맡아 이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애플·삼성전자에 비해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재원은 적고 부품 조달 비용은 높다는 약점을 개발·생산의 효율화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최신 전략 제품 'V30'처럼 '다른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 가벼운 폰' '사운드·멀티미디어 기능이 강력한 폰'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LG전자의 핵심 전략이다.
LG전자는 또 꾸준히 성과를 내 온 북미 시장의 영업·마케팅 노하우를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8위 수준이지만 미국에서는 애플·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미국 점유율은 작년과 재작년 15%대에서 올 들어 17%대로 상승 추세를 그리고 있다. 생활가전·TV 사업으로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와 촘촘한 서비스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게 LG전자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그동안 북미 영업을 맡아 온 마창민(49) 전무에게 글로벌 영업 총괄을 맡겼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쌓은 영업·마케팅 노하우를 세계시장에도 적용해 보자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스마트폰 사업 부활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