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감산 정책 연장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CNBC는 오는 3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의 회의가 중동 지역과 러시아의 관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전했다. 현재 산유국들이 이행 중인 OPEC의 감산 조치는 오는 2018년 3월 종료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맨 오른쪽).

최근 감산 연장 이슈는 국제유가의 등락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감산 연장에 대한 기대감에 한때 유가는 60달러선에 육박했지만,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는 감산 연장 여부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흘째 약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번 OPEC의 회의에서 감산 정책이 연장될지가 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변수의 열쇠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 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최초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고, 무기와 에너지 부문에서 40억달러(약 4조3460억원) 규모의 거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석유업계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우호 관계를 주목하며 감산 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감산 연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러시아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에삼 알 마르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지난 28일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합동장관모니터링위원회가 감산을 6~9개월 연장할 것을 제안했고, 이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석유장관은 원유 시장 ‘과열’을 우려하면서 감산 연장에 대해 확실한 뜻을 전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감산 조치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때 미국 셰일업계가 생산을 늘려 이득을 차지하는 것에 불만을 표해왔다.

CNBC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의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의 선택이 앞으로 양국 관계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우드맥켄지의 앤 루이스 히틀 수석애널리스트는 “OPEC의 감산 연장 여부가 러시아와 사우디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은 러시아의 바람대로 생산을 늘리면서 사우디가 원하는 가격 상승을 가능케 하는 방안으로 어떤 합의가 도출될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PBC캐피탈 마켓 상품전략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이 ‘원유 감산 정책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해 유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러시아 원유 생산업체들은 감산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더 이상 사우디와의 ‘브로맨스’를 보이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