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 CEO(최고경영자) 연임과 관련해 '셀프 연임'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3연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금융권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윤종규 회장의 2연임 절차가 끝난 KB금융지주도 최 위원장의 발언 배경을 궁금해 하고 있다.
2012년 3월부터 하나금융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지만 3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다 할 회장 후보 경쟁자가 없어 하나금융은 김 회장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최 위원장의 발언이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하나금융과 KB금융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 5% 이상 주주는 국민연금공단 1곳 뿐, 소수주주만 있는 '무주공산' 하나금융∙KB금융
최 위원장이 지난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한 발언 중 하나는 "제2금융권과 달리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거리"라는 점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중 특정 대주주가 없는 곳은 하나금융과 KB금융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이 20% 정도로 CEO 선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우리은행은 최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과점주주들이 주축이 돼서 자율적으로 선임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를 보면 5%이상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 9.64%로 유일하다. 우리사주조합도 0.89%를 보유하고 있어 주요 주주에 포함돼있다. 77.4%의 지분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고 외국계 금융사나 기관투자자들도 있지만 모두 5% 미만을 보유하고 있다. KB금융도 5% 이상 주주는 국민연금(9.79%)이 유일하다.
사실상 국민연금공단 이외의 대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이사회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하는 구조인 셈이다.
KB금융은 회장 선임절차를 마무리했고 앞으로 진행될 예정인 곳은 하나금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발언이 나온 시기나 발언 수위를 볼 때 하나금융 이외의 곳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고,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발언이 왜 이렇게 강하게 나왔는지 놀랐다"고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했다. KB금융 노동조합은 지난 7월말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을 '셀프 연임'이라며 비판해왔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와 회추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 위원장 발언, 김정태 회장 3연임에 걸림돌 되나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서는 CEO의 자격에 대해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회사의 공익성과 건전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 회추위를 3~8명의 이사로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총 위원의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금융 회추위 멤버는 윤종남 이사회 의장을 비롯, 박문규‧송기진‧김인배‧윤성복‧양원근 사외이사와 김정태 회장이다. 이들 회추위원의 과반이 출석해 출석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회장이 된다. 경험과 지식이라는 모호한 기준 아래 사외이사들 몇 명만 합의를 보면 회장이 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에 걸림돌이 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최 위원장은 "만약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도록 만들고 자기 혼자 (연임) 할 수밖에 없게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라면 CEO로서 중대한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 회장이 재임 기간동안 주가 수준이나 당기순이익 등 경영실적을 크게 개선했기 때문에 이런 공(功)도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취임 이후 주가를 2배 가까이 올렸고 당기순이익 등 실적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김 회장의 연임 자격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하나금융의 주가는 김 회장 취임 이전인 2012년 2월29일(3만9450원·종가 기준)에서 30일 4만7750원까지 올랐다. 8300원(21.03%) 가량의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진 셈이다.
당기순이익은 2012년 1조2120억원(연결기준)에서 지난해 1조3305억원으로 1185억원(9.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