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고 공공택지 40여 곳을 새로 조성한다. 경기도 성남·부천·군포 등 8곳의 그린벨트가 1차로 해제된다. '8·2 대책' 등 주택 수요를 억누르는 데 주력했던 문재인 정부가 처음 내놓는 공급 확대책이라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무주택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2022년까지 119조원을 투입, 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주거 복지 로드맵'을 29일 발표했다. 100만 가구 중 62만 가구가 수도권에 공급된다. 앞으로 5년간 청년 임대 19만 가구(30만실), 신혼부부 공공임대 20만 가구, 고령자 공공임대 5만 가구, 기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41만 가구 등이다. 취약 계층을 위한 주거급여 지원 대상을 81만1000가구에서 2021년 이후 135만8000가구까지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민에게 더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려는 정부의 약속"이라며 "주택정책이 취업에서 결혼·출산으로,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사다리'가 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9월 이후 9년 만이다. 정부는 또 2014년부터 중단한 공공택지 개발을 재개, 수도권 10만 가구 등 총 16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규제 일변도 정책을 발표해 온 정부가 공급 대책도 필요하다고 인정한 셈"이라며 "임대든 분양이든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도심 유휴 시설이나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지역의 재고 주택을 임대용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민간 건설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도 많이 늘어난다. 현재 4만3000여 가구에서 연간 6만2000가구 규모로 44%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민영주택도 실수요자에게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는 공공성을 강화해 '공공 지원 임대주택'으로 재편한다. 앞으로 공급하는 뉴스테이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고 전체 가구 20% 이상을 청년층이나 1인 가구, 신혼부부 등에 특별 공급한다. 임대료 상승률은 종전처럼 연 5%로 제한한다.

정부는 100만 가구 공급 등 주거 복지 로드맵을 추진하기 위해 5년간 연평균 23조8600억원씩 총 119조4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 예산으로 13조4000억원, 주택도시기금에서 106조원을 빼서 쓴다. 국토부는 관련 사업비가 2017년보다 연평균 4조9000억원, 5년 동안 25조원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올해 6월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이 42조원 수준으로 지출을 늘릴 여력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도 매년 최대 5조원씩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터라 일부에선 이런 식으로 번번이 주택기금을 정부 정책 추진에 갖다 쓰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