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한 지 사흘이 지난 29일, 삼성전자 주가가 또다시 전날보다 1.28%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5.08% 급락했다가 28일엔 1.22% 올랐지만, 이날 다시 떨어지면서 보고서 여파가 지속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부터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이 이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이들은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많고, 공급 과잉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삼성전자 한 종목을 놓고, 정반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내리막 사이클 탔다'는 모건스탠리,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권사
지난 26일 션 김(Shawn Kim)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목표 주가는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내렸다. 김 연구원은 그 이유로 반도체 메모리 사이클은 곧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며,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고, D램 생산력 확대로 공급 과잉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이 많아져 더는 호황을 누리기 어려우니 주식을 팔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외 증권사들은 곧바로 반박 보고서를 냈다. 키움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은) D램 공급 증가율이 과대평가됐고, 낸드플래시에 대한 잠재 수요가 있는데 이를 과소평가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유악 연구원은 "D램은 현재 생산능력이 손실되면서 신규 증설 없이는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장비 증설이 있었지만,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작년 4분기부터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라 구매하지 않던 고객들이 잠재 수요로 남아 있어, 나중에 낸드플래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와는 정반대되는 해석이다.
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전날 보고서를 내고 "메모리 반도체 산업 사이클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고, 현재 주가는 주식을 매입하기 매력적인 기회라고 판단된다"며 매수 의견과 352만원의 목표 주가를 유지했다. 골드만삭스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모건스탠리 목표 주가보다 70여만원이 높은 것이다.
◇'과거 상황을 고려해야' vs '새로운 상황을 읽어야'
같은 종목을 놓고 정반대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을 진단하는 툴(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모건스탠리의 진단은 지금까지 반도체 시장이 흐름에 바탕을 두고 진단한 전통적 관점에 기반을 뒀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D램 시장이 좋을 때는 큰돈을 벌지만,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은 큰돈을 버는 정점을 지났고, 하락하는 사이클에 놓여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다른 증권사들은 전통적 해석보다는 현재 시장 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D램은 아직 가격이 높고, 낸드플래시는 기술적 문제로 예상보다 공급이 덜 늘어날 수 있다는 등의 현재 상황을 더 많이 고려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최근 대규모 주주 환원 계획을 내놓은 점 등이 호재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한편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를 떨어뜨린 뒤 투자하기 위해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특별한 의도는 전혀 없으며 전반적인 반도체 사이클에 근거해 작성한 보고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