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축물의 내진(耐震) 성능에 큰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는 H형강(H 모양으로 생긴 건설용 철강 제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KS 규정을 지키지 않는 부적합 H형강 수입은 점점 늘고 있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 KS 규정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인천항을 통해 바레인산 H형강 1만2496t이 통관 신고를 마쳤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국내 KS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니며 최근 국내 공인 검사 기관의 검사 결과 품질 또한 KS 규격에 미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철강재는 KS 규격 또는 그 이상의 규격품을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수입 제품 대부분이 KS 규격에 미달하는 것이다. 비KS 제품들은 매 50t마다 품질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지 않을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제재를 받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 조사를 통해 적발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비KS 수입 철강 제품 대부분이 제재 없이 국내 건설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약 60만t의 H형강이 수입됐다.
이들 수입 제품은 낮은 제품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수입이 늘고 있는 바레인산 H형강의 10월 평균 수입 가격은 t당 521달러(56만원)로 79만원 선인 국내산 H형강은 물론 중국산(617달러)보다도 100달러 가까이 저렴하다.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건축구조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철강재에 대한 더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에 반입되는 부적합 철강재는 더 늘어나게 되며 부적합 철강재에 섞여 불량 철강재가 유통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업계는 최근 건축물 안전과 관련한 법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수입 제품에 대한 유통관리 이력제를 도입하는 관세법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수입 제품에 대해 통관 전 사전 품질검사를 실시해 규격에 적합한 철강재가 수입될 수 있도록 건설기술진흥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입력 2017.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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