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투자자들에게 토스 서비스를 설명했더니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깜짝 놀라더군요. 투자자들이 토스가 '차세대 페이팔'이 될 것이라며 흔쾌히 투자를 했습니다."

송금앱 '토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35) 대표는 20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최대의 온라인 결제 기업인 페이팔과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로부터 550억원을 유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리콘밸리로부터 인정받은 이 회사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35위에 올랐다. 벤처업계는 토스의 기업 가치가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의 장점은 가장 직관적이고 간편하다는 점입니다. 공인인증서나 은행 보안카드 없이도 돈을 보낼 수 있죠. 심지어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가능합니다."

이 회사가 2015년 선보인 송금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토스는 앱을 다운로드한 뒤 자신의 은행 계좌를 등록한 다음, 상대방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돈을 보내면 수신자에게 문자메시지가 간다. 수신자가 문자 메시지에 포함된 홈페이지 주소에 자신의 계좌를 입력하면 곧바로 송금이 된다.

20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사업에 8번 실패해 통장에 빚 2억원이 남았지만, 9번째 사업 아이디어가 ‘토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인 비바리퍼블리카는 ‘공화국 만세’란 뜻으로, ‘혁명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지었다.

이 대표는 2013년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전 국민의 금융 분노를 풀어줄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쇼핑몰에서 볼펜 등 사무용품 1만원어치를 구입하기 위해 액티브 X 설치, 공인인증서 개설 등과 씨름을 하다가 PC가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길에서 기부금 모집하는 사람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기부금을 자동이체하듯이, 송금하는 사람이 자동이체 방식으로 돈을 토스에 보내면 토스가 수신자에게 돈을 전달해주는 간편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회사 이름인 비바리퍼블리카(공화국 만세)도 '혁명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뜻에서 지었다.

공인인증서나 은행 보안카드가 필요 없는 간편함은 더치페이가 늘어나면서 소액 송금이 일상이 된 젊은 세대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급성장했다. 그는 "사업 초기 월 100만원이었던 송금액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현재 국내 개인 간 온라인·모바일 송금 시장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은행과 케이뱅크(KT계열)·카카오뱅크 등 골리앗 기업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스의 누적 송금액은 1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이 200억원이다. 직원 규모도 창업 초기 5명에서 110명으로 불어났다.

이 대표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이다. 그는 "집안이 어려웠던 탓에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의사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에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8전 9기'의 사업가다. 2011년부터 소셜미디어, 휴대폰 투표 앱, 인터넷 강의 포털 등 8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연이은 실패로 빚이 2억원을 넘기도 했다. 그는 "8번의 실패는 빚만 남긴 것이 아니다"고 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만의 세계에 갇혀 사업을 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원했던 서비스만 만들어왔죠. 9번째 도전은 '진짜 세상이 원하는 것'을 찾고자 했고, 그 아이디어가 토스로 이어졌습니다."

토스는 송금 기능 외에도 부동산 P2P(개인 대 개인) 투자, 개인 무료 신용 등급 조회, 금융 상품 추천 등 여러 금융 서비스를 차례차례 추가했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에서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스마트폰 안의 작은 은행'을 만드는 것이 토스의 목표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 최초의 핀테크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입니다. 해외 투자자들도 토스의 성장세와 서비스 수준을 실리콘밸리 핀테크 기업보다 더 낫다고 평가합니다. 8번이나 실패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