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延命) 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 시행 한 달 만에 7명의 환자가 연명 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해 합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명 의료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4일(오후 6시 기준)까지 시범사업 한달 간 총 2197건의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와 11건의 '연명 의료 계획서'가 제출됐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는 건강한 사람 등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연명 의료 계획서는 말기 환자,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등 '죽음의 문턱'에 든 환자가 의사와 함께 작성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연명 의료 계획서 상담은 44건 이뤄진 반면, 실제 작성은 11건에 그쳤다"면서 "환자나 환자 가족이 연명 의료 계획서 작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연명 의료 시범사업 중간 점검 통계(11월 24일 오후 6시 기준)

◆ 연명 의료 시범사업 실시 한 달 만에 사전 의향서 작성 건수 2000건 돌파

연명의료결정법의 본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게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의 연명 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법은 연명 치료로 고통을 계속 받는 대신 스스로 생을 끝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존엄사법'으로도 불린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의 경우, 시범사업 실시 한 달 만에 작성 건수가 2000건을 돌파했으며 ▲1주차 203명 ▲2주차 372명 ▲3주차 402명 ▲4주차 535명 ▲5주차 68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작성은 여성(69%)이 남성(31%)보다 2배 이상 많았고, 70대(748건)에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시범사업 기관이 있는 서울, 경기, 충청, 대전 순으로 많았다.

연명 의료 계획서를 제출한 경우를 보면 11건 모두 말기 환자였는데 이 중 말기 암환자가 10명,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가 1명이었다. 남성이 7건, 여성이 4건이었으며 50대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명 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례는 총 7건으로 ▲연명 의료 계획서를 통해 심폐소생술 등 연명 의료를 받지 않은 사례 2건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에 따라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등 연명 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사례 총 4건(유보 3건, 중단 1건) ▲환자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해 심폐소생술 등 연명 의료를 받지 않은 사례 1건 등이었다.

권 국장은 "연명 의료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내년 1월 15일부터 연명의료걸정법이 본격 시행되는 2월 4일까지 약 2주간은 한시적으로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와 연명 의료 계획서를 작성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이미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나 연명 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는 경우에는 이 기간에도 연명 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DB

◆ 내년 2월 법 본격 시행 전 '연명 의료 대상 시술' 추가 및 법 위반시 1년간 '처벌 유예'

복지부는 내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제기돼 온 문제점 등을 개선하고 보완하기로 했다. 앞서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지난 8일 연명의료결정법 상 개정 필요사항을 심의·의결하고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연명 의료의 대상에 해당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학적 시술에 '혈압을 올리는 승압제'와 '에크모(ECMO·혈액을 체외 순환시켜 산소 공급과 심장과 폐를 보조해주는 기계)' 등을 대통령령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말기 환자,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뿐 아니라 수개월 안에 임종 과정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도 연명 의료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말기 환자로 진단된 후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 호스피스를 제공받고 있는 환자에 한해 담당의사 1인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허용된다. 또 (연명의료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게 하거나 중단하도록 한 경우 1년간 처벌을 유예하기로 했다.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위원장인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연명 의료 시범사업 실시를 통해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인하고, 제도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점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법률 개정 및 교육, 홍보, 전달 체계 및 시스템 구축 등 법 시행을 위한 제반 절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도를 충분히 보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고, 환자의 이익이 최선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