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파나소닉, 한국의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등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확대 중인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코발트가 아동 노동력 착취 논란에 휩싸여 수급난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철금속 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LME·London Metal Exchange)는 이달 초 모든 코발트 제련소에 공문을 보내 원료를 믿을만한 곳에서 얻었는지 12월 1일까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콩고에서 7세 이하의 아동이 코발트 채굴에 동원된다며 아동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런던금속거래소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콩고의 여성들이 한 호수에서 채굴한 광물을 씻고 있다.

콩고의 코발트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 중 60%를 차지한다. 콩고 광산에서 채굴된 코발트는 중국 업체 등으로 보내져 정제 작업을 거친 뒤 전구체, 양극재로 만들어진다. 양극재는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의 4대 핵심 원재료로 꼽힌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양극재 30%가량을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 70%가량을 에코프로(086520)와 같은 외부 업체에서 조달한다.

LME는 코발트 제련소가 원료를 어디서 얻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직접 조사한 뒤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1877년에 개설된 LME에서는 납, 니켈, 아연, 코발트 등이 선물, 현물로 거래된다. 만약 LME가 콩고산(産) 코발트를 문제 삼아 거래를 제한할 경우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줄 수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ME에서는 선물을 주로 거래하고 여기서 선물가격이 정해지는데, LME가 콩고산 코발트 거래를 제한하면 국제가격 설정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코발트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제 가격이 제 기능을 못하면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코발트 가격은 올해 들어 약 80% 급등했다. 올해 1월 톤당 3만달러 초반이던 LME 3개월 코발트 선물가격은 현재 6만달러를 웃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니켈이나 알루미늄은 LME를 통해 거래가 많이 되지만, 코발트는 업체들끼리 직거래를 많이 해 거래소가 조치를 취해도 당장 원료를 못 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코발트, 니켈 등의 가격이 오르자 LG화학과 삼성SDI는 안정적으로 원료와 기초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의 또다른 원재료인 황산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고려아연(010130)자회사인 황산니켈 생산업체 켐코 지분을 최근 10% 확보했다. 양극재 설비도 202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칠레 리튬 프로젝트’에 뛰어든 상태다.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이고 낙찰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 결정된다. 삼성SDI가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장기간 싼 가격에 리튬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원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가격 인상 위험을 헤지(hedge)하는 게 중요한 업무가 됐다”며 “대량, 장기구매로 가격을 낮추고 원료 가격 인상분을 공급가에 반영하는 노력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