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융투자업계는 당일 한은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 뿐만 아니라 표결 결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 등 통화정책 결정의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상이나 동결 그 자체보다 2018년 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업계는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하고 있다. 먼저 금통위원 7명 만장일치로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 동결 소수의견을 내고, 다수결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하는 것이다.
① 만장일치 인상
7일 공개된 10월 19일 금통위 의사록 내에서 상당수가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었다는 것이 금통위원 만장일치에 의한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논리다. 다만 경기회복 추이를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게 '현상유지' 의견의 골자였다.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한층 높아지긴 했지만, 물가상승압력이 아직 현재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고 없이 정책 전환을 단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동결 의견을 밝힌 한 금통위원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위원은 "금번 전망이 실현됨을 확인하면서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2.3으로 2010년 12월(112.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는 전월 대비 3.1% 증가했다. 올 2월(3.2%)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소비가 살아나면 총수요가 늘어나고, 그 결과 물가상승률도 높아진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는 필요성도 그만큼 커진다.
한 한은 고위 관계자는 "경기 회복기 등 경제가 변곡점에 있을 때 판단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한국의 수출 및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흔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정보기술) 산업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언급되는 데 비IT 산업에서도 두 지표 모두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라 한국의 주력 산업인 산업재와 소재 등 자본재 부문 경기도 덩달아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소비 등 내수 부문이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고용과 소비는 경기 회복과 기업의 투자 증대가 이뤄진 뒤 뒤따라 개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한은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의결하려고 할 것이라는 게 이 시나리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파트장은 "30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통화정책 정상화를 선언하는 셈"이라며 "상징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다수결 찬반 투표보다 만장일치를 택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금리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금융투자업계의 예상이다. 이미 시장 금리가 기준금리 0.50%포인트 이상 인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강도 높게 할 경우 금리가 더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② '동결' 소수의견 존재
1~2명 정도 동결 의견을 내놓은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면서도 경기 회복의 균형을 우려했다"며 "만장일치보다 과반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이일형 위원 외 금리인상론에 가까운 입장을 보인 위원은 2명이다. 나머지 세 명은 섣부른 인상보다는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 금통위원은 "이제 막 경제에 온기가 들어온 상황이라 수요 압력이 빠르게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 근원물가상승률(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한은 조사국 전망치 연 1.9%를 밑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임금, 취업자 등 노동시장 지표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실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필요가 낮다는 얘기다.
한은이 금리를 변경할 때 금통위 내 소수의견이 나오는 경우도 잦았다. 김중수 전 총재가 취임한 2010년 4월 이후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3번 바꾸었는데, 그 가운데 10번에서 소수의견이 존재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변경 과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던 셈이다. 김중수 총재 시절 있었던 5번의 기준금리 인상 가운데 3번이 동결 소수의견이 있었다. 소수의견을 낸 사람은 강명헌 당시 금통위원(현 건국대 교수)였다. 이주열 총재 시절 있었던 5번의 기준금리 인하 과정에서 문우식(현 서울대 교수), 정해방(현 건국대 교수) 당시 금통위원이 각각 동결 소수의견을 냈었다. 금통위 내 '소수파'가 존재할 경우 만장일치 의결 가능성이 낮았던 셈이다.
이 경우 채권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반대 소수의견이 있을 경우 2018년 초 연속인상 가능성이 사라지고, 향후 금리 인상 폭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따라서 가파르게 올랐던 채권 금리가 다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수의견이 존재할 지 여부는 큰 변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가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중요하다"며 "만장일치 여부와 상관없이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소수의견 여부에 채권 금리가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금리 동결
기준금리가 동결될 경우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시작할 경우, 채권 금리는 미래 금리 인상 수준을 미리 반영해 가파르게 오른다. 6월 이주열 총재의 "완화 기조 조정" 시사 발언 이후 국고채 금리는 3년물 기준 연 1.621%(6월 7일)에서 연 2.211%(11월 14일)까지 0.59%포인트 가량 올랐다. 0.50%포인트 인상을 넘어서서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3분의 1 정도는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그만큼 경기 개선 속도에 자신감이 없다는 의미로 읽히게 된다. 2018년 기준금리 인상 폭이 0.50%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금리가 떨어지게 된다. 내년 3월말 이주열 총재 임기가 끝나고 새 총재가 취임한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한은 금통위가 통화정책 변경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평소보다 적다는 것도 감안해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경우 6월부터 금리 인상 행보에 나서면서 형성됐던 금융시장의 기대가 확 바뀌게 될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의심이 퍼지면서 채권 금리가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 연구위원은 "다만 이주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한다면 2018년 1월 인상 기대로 금리 하락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