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데이터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 중에서 누가 더 가치있는 것을 선별해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후왕 세스 아리스 인텔리전스(Aris Intelligence) 공동창립자(대표)는 지난 10월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미래투자포럼’에서 중국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성장에 대해 강연했다.

세스 대표는 “중국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중산층이 늘어나고, 자산운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며 “알리바바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를 비롯한 중국 금융사들이 전 세계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중국이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산관리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통해 수수료를 절감하면서 훨씬 더 안전하고 흥미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스 대표는 이어 “결론적으로 AI를 활용하면 고객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기능과 상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금융의 민주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왕 세스 아리스 인텔리전스 대표가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미래투자포럼’에 참석해 AI가 불러올 자산관리 혁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날 강연 뒤 세스 대표를 만나 중국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에 활용될 수 있는 빅데이터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의 창의성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리스 인텔리전스의 공동창립자라고 했다. 아리스 인텔리전스는 어떤 기업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아리스 인텔리전스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고, 기본적으로 AI 연구진들과 기업들에 대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 MIT와 손을 잡고 그들 연구진들이 순수학문보다는 실용적인 분야의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플랫폼 마련을 해주는 것이다. 어느 정도 종자금, 데이터, 연구 등을 제공해줘서 이분들에게 보다 실용적인 제품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선 강연 중 클라우딩 컴퓨팅, 사물인터넷(IoT)과 다르게 인공지능(AI)과 로보어드바이저(RA)는 유행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AI·RA 산업과 클라우딩 컴퓨팅이나 IoT 산업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IoT가 어느 정도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고 본다. 사실 IoT 라는 것이 클라우드에 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불과한데, 클라우드도 정보를 저장하는 것 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때 현재 아마존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고객들에게 필요한 어떤 정보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런데 AI·RA는 기존 기술들(클라우딩 컴퓨팅·IoT)처럼 그저 솔루션을 제공해주고 진단을 해주고 분석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완전하게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주고 있기 때문에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에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이 몰린 이유는. 중국은 왜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고 보나.

“강연에서도 말했듯이 미국과 유럽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는 관리자산(AUM) 총액의 80%가 집중돼있고, 중국의 경우 상당한 현금을 보유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AUM이 3% 정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중국도 변화하고 있다. 2년 전 주식 붕괴를 겪은 뒤부터 사고방식 자체가 변화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전까지는 투자가 투기나 도박처럼 생각됐는데 주식 붕괴 이후에는 보다 안전성과 보안을 중시하는 차원으로 바뀌고 있어서 이제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크고 있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미래학자 브렛 킹은 중국의 알리바바 등 기술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회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사 위주의 성장에 국한되지는 않을까.

“대형기업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앞선 전제에 동의를 할 수는 없다. 강의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시대가 조금 변화하고 있음을 또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빅데이터가 중요하긴 한데 어느 정도의 빅데이터가 있어야 고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느냐를 알아야 하고, 빅데이터 자체도 그냥 기록을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추출을 해서 중요한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물고기가 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물고기가 어떤 종류이고, 어디로 가고 있느냐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알파고 제로가 훌륭한 점은 기존 알파고에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파워를 10분의 1만 사용해서 훨씬 더 적은 예제로 훨씬 더 적은 데이터로, 사람의 인풋 없이 이겼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데이터의 양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딥마인드의 경우, 3년 전 구글에 인수되기 전에 매우 작은 회사였다. 이 작은 회사에 구글이라는 회사가 눈독을 들이게 되지 않았나. 즉, 데이터의 양이나 기업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수익률 극대화 도구가 아닌 ‘비용 절감’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중국 로보어드바이저 산업 측면에서 이에 대한 생각은?

“일단 각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고 개인별로 상황이 달라 모든 이들을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0년 동안 소비자들이 자산관리, 금융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에 엄청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았나. 그런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만으로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식을 매매할 때 1~2% 정도 수수료가 매겨진다. 그렇게 많은 수수료를 내고도 그 정도를 감안할 만한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한다면 그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또 실제 시장에서 완벽한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내부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은 어렵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기존 상당히 많은 수수료를 내고 제공받아야 했던 인간이 했던 기능들을 대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이 했을 때는 많은 돈을 줘야 했던 것을 로봇이 하면서 1~2% 정도의 비용을 줄이게 되고, 장기간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돈이 절감되는 것이다. 훨씬 더 안전하면서도 싸고 흥미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수익을 최적화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하락장에서는 보호 받아 시장이 붕괴가 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보호를 받고자 하는 것이지, 공격적으로 계속해서 투자를 하고 수익을 크게 올리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당국은 해외투자상품 불허 등 투자 시장에 대한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 이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은 흥미로운 국가다. 2년 전에 중국 주식시장이 붕괴되기 전까지 헤지펀드 붐이 일어났었지만, 이후 중국 당국은 보다 제한적인 규제를 도입했던 것이다. P2P 시장의 경우에도 2년 전에 붕괴가 됐다. P2P 렌딩 업체(개인간 대출 거래 중계 업체)들의 70%가 사기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규제는 더 강화됐다.

로보어드바이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로보어드바이저의 발전을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무지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현혹시키는 기업들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좀 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AI 혁신을 통해 그동안 방치됐던 개인 퇴직연금 자산도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금은 은퇴 이후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연금이 한국보다 중요하다. 중국에서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한 자녀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나이 든 이들을 부양할 인구가 부족하게 됐다. 현재 중국에서 연금에 불입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한 자녀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다. 이들은 저축하는 것보다 당장 아이폰 10을 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연금을 의무적으로 불입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반드시 개인들의 연금 운용에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를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줄인다는 것은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변동성 리스크가 있다. 상하이주식거래소의 경우 연간 변동성이 20~35% 정도이고, S&P도 연간 25% 정도다. 그런데 AI를 이용하게 되면 우리가 변동성을 10~15% 줄일 수 있다. 좀 더 안전하게 투자자본수익률(ROI)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리스크는 시장이 하락세일 때 투자자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전반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환헤지(선물환계약 등을 통해 펀드 매수·매도 시점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는 것)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당연히 연금 분야에서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서비스가 예전에도 존재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제공되는 고급서비스였기 때문에 접근성이 제한됐다. 그러나 이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서 이런 서비스들이 대중화되고 있다. 또 로보어드바이저가 상품 개발에 활용되는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를 도입하는 금융 시장 전반의 도구와 제도,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참여자가 개인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정부 차원에서 운용하는 연금은 국민에게 돈을 걷어 스스로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연금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초창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기금 등 정부 차원에서 운용하는 연금은 개인들의 연금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중국 정부가 운용하는 연금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성장을 더 원할 경우 돈을 더 찍어내면 되는 등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즉, 수익률을 증대시키기 위해 굳이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 지금 (한 자녀) 세대가 나이가 들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