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연구개발(R&D) 중인 마이크로 LED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와 협력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TSMC는 애플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두고 삼성전자와 끊임없이 경쟁을 벌여온 기업이다.

대만과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애플과 TSMC는 마이크로 LED 양산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전사(Transfer·마이크로 단위의 칩을 정확하고, 손상 없이 기판에 장착하는 공정)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LED 칩 크기를 100분의 1수준으로 줄인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구조.

애플이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 LED를 위해 반도체 기업인 TSMC와 협력하는 이유는 마이크로 LED 기술이 근본적으로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는 기존 LED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칩 크기를 가로⋅세로 각각 100마이크로미터(µm) 이하로 줄인 제품을 뜻한다. LED 칩 자체를 화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LED로 구현할 수 없는 플렉서블 디자인도 가능하며 내구성도 좋고 소형화·경량화에도 더 유리하다.

애플은 지난 지난 2014년 마이크로 LED 업체인 럭스뷰를 인수하며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럭스뷰가 보유한 특허는 마이크로 LED를 플렉서블 혹은 평면(리지드) 기판 위에 이송하는 전사 기술이 핵심이다. 실리콘 재질로 만든 정전헤드(electrostatic head)에 전압을 걸어 마이크로 LED를 들어올려(픽업) 기판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 LED는 이론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기술이지만, 현재 방식으로는 생산 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문제다. 특히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소형 칩을 기판에 장착하는 공정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애플이 TSMC와 협력을 맺은 것도 이 기술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해 양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TSMC의 협력은 아이폰X에 모바일용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애플이 지속적으로 마이크로 LED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한다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 점유율 90% 수준을 장악하는 모바일 OLED 기술을 벗어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일부 시선도 있다.

애플을 비롯해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마이크로 LED에 지속적으로 R&D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LED 칩 사이즈를 작게 구현해 기판에 붙이는 기술이 안정화될 경우 마이크로 LED가 기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보다 더 단순한 구조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의 경우 기존 OLED에 비해 공정 스텝수도 크게 줄어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마이크로 LED 개발에는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18'에서 마이크로 LED 기술을 탑재한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LG디스플레이 역시 초대형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마이크로 LED 기반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