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레이 색상을 입었는데요. 다리가 참 길어보이죠? 그럼 이쯤에서 ‘그레이’로 삼행시 가겠습니다! 그: 그레이컬러 / 레: 내레 한번 입어보겠소 / 이: 이쁘지 않아요오?” (김희철)

인기 아이돌 ‘슈퍼주니어’가 출연해 개그쇼를 펼친다. 3행시는 약과다. 갑작스러운 성대모사에 복고풍 뮤직비디오까지 이어진다. 예능 프로그램이냐고? 아니다. 홈쇼핑 방송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SNL인줄’,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폐지각(폐지해야할 분위기)’ 등 재밌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웃음이 따라오니 판매 실적도 쑥쑥 올랐다. 20일 밤 10시45분부터 50분동안 패딩 1만9000장을 팔아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일 생방송된 CJ오쇼핑 슈퍼마켓 방송. 슈퍼주니어 멤버 (오른쪽부터)예성, 동해, 은혁이 모델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돌발 공약으로 성사된 홈쇼핑 출연…시청자 관심 쏟아져

슈퍼주니어의 홈쇼핑 출연은 멤버 은혁이 앨범 쇼케이스에서 ‘20만장 판매시 홈쇼핑 출연’ 공약을 내건 것에서 비롯됐다. 타이틀곡 ‘블랙수트’에서 따와 홈쇼핑 채널에서 정장을 팔 계획이었지만 방송사와 토의 과정에서 패딩 판매로 결정했다.

홈쇼핑 방송은 ‘블랙수트’를 ‘블랙패딩’으로 개사한 뮤직비디오로 시작했다. 50분동안 진행된 생방송은 B급 개그로 웃음꽃이 만발했다.

슈퍼주니어의 리더 이특은 메인 쇼호스트로 나서 상품을 소개했다. 토크쇼 MC 등을 하며 보여줬던 진행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특은 “제품을 잘 소개하기 위해 일주일동안 입고 생활했다”며 물총을 이용한 방수 시연 등 제품의 장점을 상세히 소개했다.

신동과 희철은 소비자들의 실시간 질문에 답하는 등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했다. 동해, 이특, 예성은 모델 역할을 하며 상품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슈퍼주니어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시청률도 뛰었다. CJ오쇼핑에 따르면 이날 슈퍼마켓 방송은 평소 월요일 동시간대(밤10시45분~11시50분) 방송 대비 6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역대 최고급이었다. 같은 시간에 4800건 구매 요청 전화가 들어오기도 했다. CJ오쇼핑 담당 MD는 “4800콜은 쉽게 볼 수 없었던 숫자다. 올해 최고 기록일 듯하다”고 말했다.

젊은 고객의 이용도가 높은 모바일앱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다운될 뻔했다. 이특과 함께 진행을 맡은 쇼호스트 동지현씨가 “잠시 정리 좀 하고 가야겠다”고 열기를 가라앉혀야 했을 정도였다.

▲20일 생방송된 CJ오쇼핑 슈퍼마켓 방송. /유튜브

◆ 웃기니 팔린다… CJ오쇼핑의 남다른 ‘쇼퍼테인먼트’

웃음꽃과 함께 지갑이 열렸다. 이날 홈쇼핑 방송에선 멤버들이 개인기를 보이면 주문콜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희철이 가수 민경훈, 김장훈의 성대모사를 하자 주문 콜이 100건씩 증가했으며,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개사해 “그 언젠가 나를 위해 흰 패딩을 전해주던 그 소녀”라고 모창을 한 직후엔 2초만에 300콜이 늘었다. 신동이 ‘생생정보통’ 성우의 성대모사를 하자 주문전화가 3000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신동은 ‘완판돌’로 등극했다. 홈쇼핑 방송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상품 착용 4분할 컷에서 신동은 재치넘치는 표현과 센스로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실시간 라이브톡에 참여한 고객은 “너무 웃기다. 예능인지 홈쇼핑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동이 착용한 블랙 110 사이즈가 가장 먼저 매진됐다. 블랙 제품 매진 후 갈아 입은 화이트 110 사이즈도 연달아 완판됐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1990년대 음악방송처럼 무대를 꾸미고 정규앨범 수록곡 ‘비처럼 가지마요’를 불러 마지막까지 고객들에게 웃음을 전했다.

CJ오쇼핑은 홈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 ‘쇼퍼테인먼트’를 선도하고 있다. 2010년 유세윤과 뮤지로 구성된 2인조 그룹 UV를 시작으로, 2015년 12월엔 루시드폴의 ‘귤이 빛나는 밤에’ 특별 기획을 진행했다. 당시 방송에선 유희열을 비롯한 '안테나 뮤직'의 구성원 전원이 출연해 루시드폴 7집 음반과 엽서, 루시드폴의 아버지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귤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했다. 해당 패키지는 9분만에 매진됐다.

CJ오쇼핑 관계자는 “K-POP의 아이콘 슈퍼주니어와 컬처브랜드 셀렙샵의 콜라보레이션을 바탕으로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할 방법을 고민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쇼퍼테인먼트의 선두주자로서 고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