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수능 마케팅'을 준비했던 유통 및 여행 업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수능 이후 여행을 계획했던 수험생과 가족들로부터 일정 취소·연기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수능이 연기되면서 여행 일정 변경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단순 연기면 그나마 다행이다. 미리 휴가를 받아 여행을 계획했던 가족들은 일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행 취소에 따른 환불·위약금 문제를 놓고도 여행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단순한 변심이 아닌 천재지변으로 인한 일정 변경이기 때문이다. 대형 여행사들은 일단 수험생과 가족들의 여행 취소에 대해선 별도 위약금 없이 처리해줄 방침이다.

다만 여행사마다 위약금 면제 적용 시점과 대상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11월 16일부터 30일 사이에 출발할 예정이었던 여행에 한해서 이달 20일까지 연기하거나 취소하면 수험생과 부모, 형제·자매는 위약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모두투어는 같은 지역 여행에 한해 위약금을 받지 않고 일정을 변경해줄 계획이다.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여행업계와 항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6일부터 23일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을 예약한 수험생과 동반가족의 항공권에 대해 예약 부도 위약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국내 특급호텔들도 수능 연기로 인해 숙박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수험생 및 수험생 가족에 한해선 수수료를 받지 않을 방침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수능 연기로 인한 취소건은 불가피한 재해로 보고 패널티없이 취소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숙박업소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야놀자’도 회원사들과 논의해 수험생들에 한해 예약 변경 및 취소 위약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6일부터 23일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을 예약한 수험생과 동반 가족에 대해 예약 부도 위약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가적 고통에 동참하고 고객 편의를 증진하자는 차원에서 수수료 면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나 렌터카 등을 예약한 경우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계약 취소에 대해선 판매자에게 모든 책임을 물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규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도 “여행 취소에 대한 책임은 계약서상 약관을 따른다. 천재지변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경우, 뚜렷한 보상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수능 특수를 시작으로 연말 쇼핑 시즌 일정에 돌입하려던 유통업계도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롯데백화점은 당초 16일부터 진행하려던 수험표 지참 고객 할인행사를 일주일 연기했다. 롯데백화점의 수험표 할인행사는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현대백화점도 수험표 지참 할인 행사를 자동 연기했다. 수능 이후 진행하기로 한 공연과 입시설명회(이투스교육과 공동 주최) 등 이벤트 날짜도 다시 잡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수능 이벤트를 일주일 연기했다.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수능 마케팅을 준비하던 유통업계도 각종 이벤트를 일주일 순연키로 했다.

다만 백화점 업계는 당초 예정했던 겨울 정기세일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정기세일은 수능과 관계없이 정해진 행사”라며 “당초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능 특수를 기대했던 오픈마켓과 가전전문점은 행사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복합쇼핑몰 신세계 스타필드는 16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됐던 행사를 23일부터 30일까지로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스포츠몬스터, 아쿠아필드, 메가박스 등은 기존 계획대로 16일부터 행사를 진행한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수시모집으로 대입을 확정한 수험생도 있기 때문에 당초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수능 프로모션 이벤트를 한주 순연한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는 16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수험생을 위한 커피 2만잔 이벤트를 23일로 연기한다.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TGI프라이데이와 엔제리너스커피도 수험생 대상 이벤트 일정을 변경했다. TGI프라이데이는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본인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한 고객에게 모든 메뉴(최대 4개)를 4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엔제리너스커피는 23일부터 29일까지 수험표를 지참하는 고객에게 바리스타가 제조하는 모든 음료를 50% 할인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