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 수' 배웠어요."

중앙부처 가운데 선임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형님격인 중앙부처에게 동생뻘인 지자체가 무엇을 가르쳐준 것일까.

"그동안 중앙부처는 예산 지출 내역을 한 달에 한 번만 공개해 왔어요. 그런데 지자체 중에는 매일 공개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중앙부처의 예산 집행 투명성이 지자체보다 뒤처져 있었던 거죠."

기재부는 앞으로 중앙부처도 예산 지출 내역을 하루 단위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8일 입법예고 했다. 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주기를 '매월'에서 '매일'로 바꾸는 것이다.

시행령이 이렇게 고쳐지면, 나라 살림살이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정부의 관리가 더 강화될 것으로 기재부는 보고 있다.

어떤 사업에, 예산 얼마가 들어가고 있는지 납세자인 국민이 인터넷을 통해 하루하루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정부의 예산 낭비를 감시할 수 있는 '빅 데이터'가 국민 손에 들어가는 것이다. 또 예산만 배정돼 있고 진척이 없는 사업들을 정부 스스로 걸러낼 수도 있다. 효율성 없는 사업은 다음 해 예산에서 빼버리고 새로운 사업을 넣을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기재부가 배운 지자체는 바로 충청남도였다. 충남의 경우, 2013년 6월부터 도(道)와 소속 시·군이 예산을 지출하면 바로 다음 날 액수와 사용처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 '청소용품 구입, 4만2010원, ○○마트' '단체장 간담회 식비, 4만원, ○○손짜장' 등이 날짜별로 나온다. 알뜰 주부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계부를 꼼꼼하게 적는 식이다.

기재부는 매일 중앙부처 지출 사항을 공개할 때, 집행 내역도 세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사업별로 지출 내역을 밝히지 않고, 여러 개 사업을 하나로 묶어 총지출 금액만 공개해왔다. 앞으로는 세부 사업마다 지출 내역을 내놓기로 했다. 기존의 총액 공개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렇게 중앙부처 예산 지출 내역을 조목조목 공개하는 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