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 시절에 미세먼지 때문에 만성 후두염에 걸렸어요. 거리에서 가래를 뱉고 병원을 찾는 현지 환자들을 목격하면서 기존 1회용 마스크나 천 마스크가 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죠.”

영국 페이스웨어(face wear) 브랜드 ‘프레카(FREKA)’의 마스크 개발자인 최승호 메드렉스병원장은 지난 8일 조선비즈와 만나 “2011년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MBA 과정을 밟던 중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몸소 경험했다”며 “제대로 된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개발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프레카 마스크를 개발한 최승호 메드렉스병원장이 마스크의 미세먼지 방지 기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프레카는 2014년 네덜란드에서 명품 휴대폰 디자인을 이끈 엔지니어와 영국 런던에서 가업을 이끄는 패션 전문가, 최승호 원장이 함께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해 최근 새로운 개념의 마스크로 세계 명품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창립 멤버는 최 원장이 중국 유학 시절 만난 친구들로, 의료적 지식과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를 개발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후 2년 간의 연구 끝에 지난 2016년 영국 런던에 회사를 설립했다.

최 원장은 “회사 설립 1년만에 빠르게 성공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지난 3년 동안 10억원을 투자한 디자인을 한번에 날리는 등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안정된 길을 버리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라며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괴짜’ 소리를 듣는 영국, 네덜란드 친구들과 함께 우직하게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프레카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와 달리 윙(Wing) 과 필터(Filter), 인서트(Insert) 등 3가지로 구성돼있다. 윙은 필터를 보호하고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하며 얼굴에 맞는 3D형상으로 제작됐다. 필터는 교체형 방식으로 약 2주마다 한번씩 교환해서 쓸 수 있다. 인서트는 오염이 심한 경우 혹은 호흡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운동 시에 사용하는 장치로 더욱 편안한 호흡과 함께 보다 오염을 차단한다.

프레카 마스크 제품 사진

특히 산업용 마스크 수준을 상회하는 미세먼지 방지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프레카 마스크의 누수율(마스크의 빈 공간을 통해 공기 중 유해물질이 호흡기로 들어오는 비중)은 산업용 마스크의 누수율 기준 11%를 넘어선다. 코 크기 등 안면 구조가 다른 아시아인과 유럽인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프레카 마스크의 누수율은 6% 수준이다.

최 원장은 “머리카락의 20분의 1크기에 불과한 아주 작은 미세먼지는 몸 속으로 들어가 한번 박히면 거의 빠져나오지 않고 신체 내부에 손상을 일으킨다”며 “프레카 마스크를 산업용 마스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개발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걷거나 뛸때는 가만히 있을 때보다 호흡량이 몇배 늘어 마스크를 써도 누수율이 높아지는데, 기존의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들은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제작, 평가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프레카 마스크에 장착되는 에어 필터는 활성화탄소층 (Activated Carbon Fiber)이 들어 있어 먼지 형태의 오염원은 물론 자동차 배기가스의 주된 오염원인 아황산가스 (SO2), 이산화질소(NO2) 등을 제거한다. 호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열기, 습기를 아래로 내보내기 때문에 안경 김 서림이 생기지 않는다.

프레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인체공학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호평받았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6 페이스웨어 부분에 선정됐으며, YG엔터테인먼트와 삼성물산 패션부분의 합작법인 네추럴나인의 글로벌 스트릿 브랜드 ‘노나곤(NONAGON)’과 협업을 진행했다.

올해 3월 출시된 프레카 마스크 세트는 15만원대로 기존 마스크와 비교하면 높은 가격임에도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편집샵과 세계 유명 편집샵 중 하나인 10CC 상해,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에 잇따라 입점에 성공했으며 홍콩 하비니스콜, 하버시티 등 고급 명품샵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 한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공기 오염이 심한 해외 시장을 중점으로 마케팅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 원장은 “프레카는 의료와 인체공학적이고 미학적인 디자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갈 것”이라면서 “향후에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