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을 본업으로 하지 않는 기업들이 잇따라 부동산 개발에 나서고 있다.

회사가 가진 빈 땅을 활용할 수 있는 묘안이 되는 데다, 부동산 개발을 잘만 하면 거액의 개발이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약신청을 받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 롯데캐슬 뉴스테이’(아파트 499가구·오피스텔 239실)의 경우 식품 제조업체인 롯데푸드가 주택단지로 개발한 사례다. 사업 부지 1만5359㎡는 롯데푸드의 식품공장이 있었던 곳인데 회사가 이곳을 활용하기 위해 2016년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옛 롯데푸드 공장부지에 들어서는 ‘문래 롯데캐슬 뉴스테이’.

다만 롯데푸드는 이번 개발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더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공장 이전 후 남은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뉴스테이 개발을 진행한 것으로, 앞으로 추가로 개발사업을 할 계획은 없다”면서 “최근 부지를 리츠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오 나의 귀신님’, ‘또 오해영’ 등의 드라마를 제작해 온 엔터테인먼트업체 초록뱀은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열고 부동산 개발업과 부동산 자산관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초록뱀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리조트 건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인 동화약품도 서울 서소문 순화동에 있는 옛 본사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 및 공급업을 올해 3월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동화약품은 본사 부지에 오피스 건물을 지어 사옥으로 쓸 계획이다. ‘리니지’ 등으로 유명한 게임개발사 엔씨소프트도 앞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렇게 여러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로 ‘외도’를 하는 이유는 빈 땅을 활용하는 좋은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본업으로 하는 기업 중에는 생산공장을 외곽으로 이전해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등으로 개발할 수 있는 도심 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개발이 성공할 경우 회사 경영에 직접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제약회사인 녹십자홀딩스는 2015년부터 경기 용인시 구갈동에 있는 옛 신갈공장 부지에 포스코건설과 함께 주상복합아파트 ‘기흥역 더샵’ 1219가구를 짓는 사업을 진행했다. 분양은 2015년 마쳤고 중도금 등이 들어와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고 있다.

그 결과 녹십자홀딩스가 지난해 거둔 매출이 983억원으로, 1년 전(477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에 따른 수익이 482억원으로, 전체의 49%를 차지했다.

학습지 회사인 노벨과개미는 2015년 3월 광교신도시에 ‘광교 엘포트 아이파크’ 오피스텔 1750실을 분양했고, 올해 초에도 자회사 노벨아이를 통해 위례신도시에 ‘위례 엘포트 한라비발디’ 오피스텔 412실도 선보이면서 몸집이 크게 불었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14년 이 회사의 매출은 107억원, 영업이익은 2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분양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한 2015년에는 매출이 38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엔 매출 822억원, 영업이익 159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