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했던 시대가 가고 개별 환자별로 맞춤 치료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환자의 유전체 정보와 방대한 임상 빅데이터 덕분입니다.”

존 매틱(John Mattick) 호주 가반 연구소 RNA Biology and Plasticity Lab 소장은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7’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1000달러면 사람의 전체 유전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게 가능해졌고, 유전 정보를 활용한 의료 기술 및 기기 개발, 신약개발, 조기진단 도입 등으로 헬스케어의 체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존 매틱 연구소장이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매틱 연구소장은 ‘유전체학과 빅데이터가 이끄는 헬스케어의 혁신’을 주제로 유전체 기술을 신약 개발과 헬스케어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매틱 연구소장은 유전체 분석 데이터가 희귀성 유전질환과 암 등을 예방⋅진단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전체 정보를 알면 암이 발현하기 전에 암 발병 확률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췌장암의 3%는 특정 구역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해당 부분의 변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면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유전자 가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유전자 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잘라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DNA의 특정 서열을 제거·수정·삽입하면 문제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 유전자로 바꿀 수 있다. 난치병을 고치거나, 유전자조작식품을 만들거나 멸종 위기에 빠졌거나 멸종된 생물을 복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과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매틱 연구소장은 “호주에 혈액 질병을 앓고 있던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알렌이라는 아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장기출혈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의료진이 손을 쓰지 못하다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면역체계에서 자가면역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알렌에게 유전적인 변이를 가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초대한 많은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가 필요하다.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 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매틱 연구소장은 “수많은 유전체 정보에 임상 정보가 더해져야 시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의 협력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틱 연구소장은 “향후 병원에서 의료 기록정보 뿐만 아니라 유전체 정보가 함께 사용, 관리되면서 개인 건강 관리 모니터링 기술들에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유전체 데이터 확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향후 10년 내 개인의 의료기록, 건강정보 등이 통합되면서 보험업계, 헬스케어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유전체 정보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의료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예방 치료와 맞춤형 치료를 통해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고 보험업계는 가입자의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생명보험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

매틱 연구소장은 “나아가 유전체 정보의 데이터 베이스를 중앙화 시키는게 중요하다"며 “유전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국가가 확보해 운영하면서 의료 기관에 제공할 경우 의료 연구와 보건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