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이 완화되면서 한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제주 부동산 시장에 볕이 들기 시작했다. 견본주택 앞에 다시 청약 대기줄이 만들어졌고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문의도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제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이전처럼 계속될 지 불확실해 장밋빛 전망을 하기엔 조심스럽다.

◆ 견본주택에 3000여명…레지던스 계약건수도 늘어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가 발표돼 사드를 둘러싼 두 나라 간 갈등이 봉합된 이후, '차이나머니' 민감도가 높은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제주 제주시에서 문을 연 '제주 더 오름 카운티' 견본주택 앞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다.

지난 3일 제주 제주시에서 문을 연 '제주 더 오름 카운티' 견본주택에는 사흘 간 3000여명의 방문객이 찾으면서 오랜만에 견본주택 앞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제주 청약 시장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견본주택 방문객 대기줄이 자취를 감췄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흥행이다.

이 지역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도 다시 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 그린랜드센터제주는 '제주 드림타워' 레지던스 850실을 분양 중인데, 계약 건수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사드 여파로 하루 1~2건에 그쳤던 계약 건수가 11월 들어 많게는 하루에 10건 가까이 늘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이런 추세면 연내 분양을 마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위축됐던 매수심리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고창덕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은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겨 투자심리도 많이 꺾였고 일부 지역에선 집값도 하락했었다"면서 "최근 해빙무드로 바뀌면서 투자 문의가 다시 늘고 있고, 일부 소유자들은 내놓았던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제주 부동산 시장의 각종 지표가 좋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0.54%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은 0.93%를 기록했다. 올해 9월까지 이 지역 누계 주택매매량은 69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 줄었다.

◆ 3년간 70% 가까이 오른 가격 피로감…'차이나머니' 귀환도 미지수

그러나 제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이전처럼 호황을 누릴 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우선 지난 몇 년 동안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한 터라, 이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는 게 한 원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제주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4년 10월 1억5073만원에서 올해 10월 2억5100만원으로, 3년 만에 무려 66.5% 올랐다.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271가구에 불과하던 제주 지역 주택 미분양은 올해 들어 매달 수백가구씩 늘더니 9월에는 1021가구를 기록, 1000가구를 넘어섰다. 지난 8월 제주 제주시에서 분양한 '아드리아 애월 리얼타운하우스'는 111가구 모집에 총 3건만 신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제주도 미분양 주택 현황(단위:가구).

'차이나머니'의 귀환이 다시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중국 당국이 자본유출을 우려해 자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규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부동산 투자이민제의 일환으로 지난 8월 말까지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조3324억원인데, 이중 대부분인 1조3243억원이 제주도에 투자됐다.

내년 제주도에 입주하는 물량이 797가구로 최근 3년간 평균치(2700가구)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데다, 제주 인구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지표로 해석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사드 갈등 완화로 유커가 다시 돌아온다면 침체한 제주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지난 몇 년간 워낙 가격이 많이 오르고 중국인들의 투자도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 호황때처럼 급격한 상승국면에 들어서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