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한섬이 패션 브랜드를 대거 구조조정한다. 지난 2월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한 한섬이 실적 부진 브랜드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인 랑방 스포츠와 랑방 액세서리, 버드 바이 쥬시꾸띄르의 철수가 확정됐고, 이치아더, 일레븐티, 벨스타프 등 직수입 브랜드도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랑방 라이선스 계약 기한은 2019년 6월 말이며 쥬시꾸띄르의 경우 2019년 12월 31일이다. 업계에서는 계약 기한에 상관없이 이들 브랜드의 사업을 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랑방 스포츠는 국내 애슬레저 열풍이 시작된 2014년 한섬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과 공동 개발한 브랜드로, 고기능성 소재와 명품의 디자인을 접목한 남성복으로 론칭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랑방 스포츠는 백화점에서 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 인수 후 규모가 커진 만큼, 비효율 브랜드를 정리하는 건 예견된 수순이었다"라며 "당초 한섬은 타미힐피거와 DKNY 등 SK의 해외 브랜드만을 가져오길 원했지만, 결국 패션사업부 전체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경영 효율개선 차원에서 2013년 이후 론칭한 수입 브랜드 중 비효율 브랜드 사업의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2007년 시작한 바나나리퍼블릭의 국내 영업을 지난 9월부로 정리했다. 미국 직장인 패션을 선보이는 이 브랜드의 콘셉트가 국내 소비자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신 클로에 폴스미스와 같은 해외 명품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던 핸드백 사업도 중단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FnC 핸드백 쿠론의 CD였던 석정혜 상무를 핸드백 사업부문장으로 영입하는 등 잡화 사업에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석 상무와 결별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패션 시장을 비롯한 핸드백 업계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로 시장에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사업 중단이 아니라 큰 그림을 위한 재검토로 봐달라"고 말했다.
LF도 올 상반기에 남성복 타운젠트의 사업을 접었다. 패션업계가 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3조1807억원이었던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올해 0.3% 줄어든 43조408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도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44조3216억원으로 올해보다 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