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글로벌 전략이 발밑부터 흔들릴 것이고,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0일 닛산자동차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20여 년 넘게 닛산차 일본 공장에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승용차 품질 검사를 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품질과 내구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일본 닛산자동차가 세계적으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무자격자 검사’를 진행한 사실이 불거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무자격자의 차량 검사를 진행했고, 일본 정부의 감독을 피하기 위해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했다는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닛산의 부정행위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계속 나오고 있다. 르노와 연합체를 맺은 후 상승세를 탔던 닛산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양파 같은 닛산자동차의 부정행위

닛산의 부정행위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9월 18일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에 있는 닛산 쇼난 공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닛산이 20년 넘게 거의 모든 공장에서 무자격자가 품질 검사를 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일본 정부는 빠른 자동차 생산을 위해 자격을 갖춘 사원이 정부를 대신해 출하 직전 신차 안전성을 검사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법적으로 자격을 갖춘 직원이 실시하는 안전 검사를 통과해야 자동차를 출하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을 믿고 안전 검사를 대행하도록 했지만, 닛산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검사하고 차량을 출고한 것이다. 닛산차의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은 지난달 2일 “(무자격자 검사는) 한 번 실수도, 한 그룹의 행위도 아니다. 어느 정도 상시적이었다”고 부정행위를 인정했고, 일본 내에 판매한 38종 116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닛산은 이런 행태가 적발된 이후에도 지난달 11일까지 일본 내 네 공장에서 계속해서 무자격자가 차량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닛산은 일본 내 전체인 여섯 공장의 차량 출하를 중지했고, 3만8650대를 더 리콜하기로 했다.

다른 부정행위와 은폐 시도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NHK는 “닛산차 직원이 지난 9월 국토교통성이 현장 조사를 갔을 때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며 무자격 검사를 은폐했다”고 보도했고, 아사히신문은 7일 “닛산이 국토교통성 감사가 있는 날만 무자격자를 작업 라인에서 빼내는 ‘은폐 공작’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완성차 검사원이 되는 자격 시험도 문제를 미리 빼내는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판매량 반 토막 난 닛산

업계는 ‘닛산 부활 신화’가 깨졌다고 보고 있다.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졌던 닛산은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닛산의 주식을 취득해 자본 제휴를 하며 가까스로 살아났다. 곤 회장은 닛산 경영 재건 계획인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내걸고 공장 폐쇄와 재건, 계열사에 연연하지 않는 부품 조달 시스템 도입 등을 시행했다. 곤 회장은 2016년 연비 부정 문제로 경영난에 빠진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해, 닛산-르노-미쓰비시 연합체(닛산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 닛산 얼라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526만8079대를 팔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처음으로 글로벌 1위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부정행위 이후 일본 소비자는 돌아섰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등에 따르면 10월 일본 내 닛산자동차의 판매량은 9월의 3분의 1 수준인 2만2049대다. 작년 10월보다 43% 급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품질 데이터를 조작한 고베제강 사건으로 일본 차 신뢰도는 떨어진 상태”라며 “현재 신형 전기차 ‘리프’ 등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닛산도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한국에 판매하는 주력 모델인 알티마, 맥시마 등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오고 있다. 닛산 본사 상황은 일본 내수용 자동차만 관련된 것이라 국내와 상관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