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포함하는 생물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항상 갈등한다.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갈등 과정에서 나오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필연적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자원에 먼저 접근한 개체가 자원을 이용하고 늦게 접근한 개체는 먼저 접근한 개체를 공격하지 않는 이른바 '부르주아 전략'이 진화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본다. 실제로 나비나 일부 거미들은 이런 부르주아 전략적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사진) 연구팀은 대표적인 실험동물인 생쥐도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을 참고 규칙을 지켜 더 큰 이득을 취하려는 행동 습성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일자(한국시간)에 발표했다. 설치류에서 이런 행동 패턴을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동물이 사회적 이해관계 속에서 비용과 이익을 어떻게 따지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한 쌍의 생쥐가 뇌 자극으로 쾌감을 얻기 위해 갈등을 겪는 실험을 고안했다. 특수 케이지를 제작해 실험이 시작되는 케이지의 가운데 구역과 보상을 받는 좌우 양쪽 구역으로 나눴다.
연구팀은 보상행동 조절과 관련한 뇌신경(내측전뇌다발)에 전기 자극을 무선으로 전달하는 헤드셋을 생쥐의 머리에 씌웠다. 그 다음 생쥐가 LED 조명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쬐어 쾌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연구진은 한 쌍의 생쥐가 함께 가운데 구역에 들어가게 한 뒤 1차 실험을 했다. 케이지의 좌우 보상구역 벽면의 LED 조명은 무작위로 한 쪽씩 켜졌다 꺼진다. 조명이 켜진 쪽 보상구역에 들어간 생쥐는 5초간 쾌감 자극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생쥐가 같은 곳으로 따라 들어오면 쾌감 자극이 즉시 멈추도록 했다.
이같은 1차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해 '가운데 구역에 동시에 들어갔을 때 좌우 보상구역 중 한 곳에 조명이 켜진다는 점', '조명이 켜진 쪽의 보상구역으로 가야 쾌감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상대 생쥐가 뒤늦게 보상구역에 들어와 침범하면 자신이 받고 있던 쾌감 보상이 중단된다는 점'을 생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런 과정을 거쳐 훈련된 한 쌍의 생쥐가 다시 가운데 구역으로 진입하도록 하는 2차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한 생쥐가 왼쪽 보상구역에서 쾌감을 얻을 때 다른 생쥐는 그 구역에 진입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가 오른쪽 보상구역에 조명이 켜지면 그 쪽으로 이동했다. 한 곳의 보상구역에 함께 들어가면 정해진 시간 내 쾌감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연구진은 상대이 보상 기회를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행동 패턴을 생쥐가 만든 '사회적 규칙'으로 봤다. 실제로 실험 생쥐 총 19쌍 중 약 60%(38마리 중 23마리)가 훈련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쥐마다 보상을 얻는 요령을 숙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랐지만 실험 회차가 거듭될수록 생쥐는 보상구역을 할당하고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사회적 규칙을 점점 더 잘 지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의 인지 및 사회성 행동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희섭 단장은 "생쥐가 규칙을 지키는 행위는 생쥐의 몸무게나 친밀도, 학습능력 등과는 무관함을 입증해 연구의 신뢰성을 높였다"며 "생쥐의 행동은 인간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해 뇌의 기전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학, 뇌생리학, 광유전학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개체간 친밀도가 규칙 준수 행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