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애플 신제품 스마트폰 '아이폰8'이 국내에서 정식으로 판매되는 첫날이지만, 예년과 달리 분위기가 차분했다. 지난해 '아이폰7'이 출시될 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다소 썰렁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 탓인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대기자는 30명 안팎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아이폰7이 국내 출시된 날, KT스퀘어 앞마당과 실내는 아이폰7을 먼저 만나려는 소비자와 취재진, 개통 행사에 초청된 연예인과 이들을 보려는 팬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아이폰8 개통 '1호 고객'을 반기는 축포도 없었다.
◆ '1호 고객' 보조금 대신 25% 요금할인 선택
이날 KT(030200)의 아이폰8 1호 개통자는 지난달 31일부터 대기한 이규민(27)씨였다. 이씨는 아이폰8을 가장 먼저 받기 위해 10월 31일 오후 3시부터 KT스퀘어에서 먹고 자며 66시간 동안 개통을 기다렸다.
이날 이 씨는 아이폰8 1호 개통 기념으로 KT로부터 1년간 통신료 무료(데이터 무한 76.8 요금제) 혜택과 함께 '애플워치3'를 경품으로 받았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150만원에 달하는 혜택이다.
지난해 아이폰7 1호 고객이 받은 경품은 총 230만원 상당의 애플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워치2'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경품 금액이 8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
이씨는 아이폰8을 개통하면서 단말기 보조금 대신 2년 약정의 25% 요금할인을 선택했다. 1년간 통신료가 면제돼 그가 KT에서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1년 뿐인 데도,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한 것이다. 애플이 단말기 보조금을 거의 주지 않아 요금할인제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말기 보조금을 선택할 경우 이씨가 받을 수 있는 공시 보조금은 15% 추가지원금을 포함해도 9만2000원에 불과하다. 반면, 1년간 요금할인 총액은 23만1000원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선택할 때보다 14만1000원을 아낄 수 있다.
이날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도 아이폰8 개통행사를 열었다. 두 회사는 '1호 고객' 행사를 따로 열지 않고 아이폰8 예약구매자 중 추첨에 당첨된 고객을 개통 행사에 초청했다. 줄을 서는 소비자가 없다 보니 행사장 자체가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SK텔레콤은 서울 명동역 근처 카페에서 아이폰8 개통 행사를 열었다. 사전 예약 고객중 추첨을 통해 40여명의 고객을 초청했다. SK텔레콤은 이들에게 애플 에어팟,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선물했다. 추첨을 통해 맥북에어(256GB), 아이패드 12.9형 모델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전국 9개 매장에서 아이폰7 개통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서울 강남 직영점에서만 아이폰8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고객 30명을 초청했다. 22명은 예약 가입자고, 8명은 아이폰 후기 작성자 중에서 선정됐다.
이동통신 유통점 관계자는 "애플이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 아이폰8 예약 구매자 대다수가 25% 요금할인에 가입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가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이동통신사가 100%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통사가 이번 아이폰8 출시를 크게 반기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아이폰X' 기다린다…'아이폰8'엔 관심 없어
이날 오전 서울 명동과 광화문 일대 이동통신 유통점에서도 아이폰8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날 오전 아이폰8을 개통한 대학생 송모씨는 "아이폰8을 빨리 갖고 싶어 아침에 오는 데도 서둘러 나왔다"며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아이폰8을 구경하러 왔다는 취업준비생 박모씨는 "실제로 아이폰8을 보니 아이폰7과 크게 차이가 없고, 그보다는 '아이폰X(텐)'가 소장가치가 클 것 같아 아이폰X 출시를 기다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이폰8은 지난 9월 22일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 먼저 판매가 시작됐다. 그러나 전작인 아이폰7과의 차별성이 크지 않고 아이폰 10주년 기념판인 아이폰X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아 판매가 부진한 편이다. 아이폰8은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불량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자·이동통신업계는 국내에서도 아이폰8의 판매량이 해외와 마찬가지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이미 해외에서 아이폰X가 출시된 상황에서 국내에서 뒤늦게 아이폰8이 출시됐기 때문에 아이폰8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통사도 적극적인 마케팅과 유통에 나서지 않아 아이폰8의 판매량이 많이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사 지원금이 제공되지 않는 아이폰의 특성상 대부분의 고객이 요금할인으로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설문조사 업체 두잇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아이폰8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보다 비싼 출고가다. 두잇리서치가 13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1.4%가 아이폰8의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아이폰8의 국내 가격은 해외 판매가보다 15만원 가량 더 비싸다. 아이폰8 64기가바이트(GB) 모델의 국내 출고가는 94만6000원이며, 대(大)화면 모델인 아이폰8 플러스는 107만6900원(64GB)이다.
국내에서 아이폰8이 출시된 날, 일본에서는 아이폰X가 출시됐다. 아이폰X를 사기 위해 수백명이 애플스토어 앞에서 우비를 입은 채 줄을 서서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