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김성희씨는 커피숍에서 애플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 ‘휴먼 아나토미 아틀라스(Human Anatomy Atlas)’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고는 탄성을 질렀다. 그는 “와~! 실제 해부학 실습실에 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난달 출시된 이 해부학 교육용 앱은 애플의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지 ‘인체 모델’을 불러와 인체 각 부문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의 AR키트을 사용해 개발된 해부학 교육용 앱 ‘휴먼 아나토미 아틀라스'를 사용하는 모습. 화면을 움직이자 마치 실제 사람의 신체가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애플은 지난달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iOS11’을 출시하면서 AR 앱을 쉽고 빠르게 개발하게 해주는 ‘AR키트(ARkit)’를 발표했다. AR키트를 이용하면 iOS 내 카메라, 프로세서, 모션 센서 등을 활용해 실감 나는 AR 앱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은 “아이폰X보다 AR키트와 관련 앱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 애플 iOS11, AR로 차별화…“시간, 공간, 비용을 파괴하는 AR 매력적”

기자도 아이패드를 활용해 iOS11과 AR키트로 개발된 여러가지 앱을 사용해 봤다. iOS11 버전의 앱스토어를 살펴보면 ‘AR앱’이라는 카테고리가 신설됐다. 이 카테고리에는 게임은 물론 교육, 인테리어, 디자인 등 여러가지 AR 앱들이 등록됐다.

앞서 언급한 휴먼 아나토미 아틀라스 앱을 써보니, 인체를 감싸고 있는 뼈와 핏줄은 물론, 몸 속 장기 하나하나를 살펴볼 수 있었다. 실제 메스를 사용한 것처럼 인체의 특정 부문을 터치할 경우, 해당 부분의 피부, 근육, 뼈 등이 사라지며 각종 장기 등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수술을 하듯 화면 터치로 메스를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뼈의 배열이나 핏줄 등 디테일한 신체의 구성요소를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다.

가구업체 이케아에서 만든 ‘이케아 플레이스'라는 앱도 써봤다. 이 앱은 이케아 가구를 선택해 집, 사무실 등 자신의 원하는 공간에 배치해 미리 인테리어를 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앱을 실행하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자동으로 평평한 바닥 공간을 찾는다. 이어 반짝반짝 별 모양의 점들이 나타난다. 바닥을 인식했다는 표시다. 이 점은 터치하면 2000여개의 이케아 가구가 모인 사이버 가구점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내 집에 새로 가구를 들여 놓은 것처럼 각종 가구가 나타난다.

애플 AR키트를 사용해 개발된 이케아 플레이스 앱. 가구를 구입하지 않아도 화면을 통해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지 인테리어를 살펴볼 수 있다.

이케아 플레이스에 적용된 증강현실 기술은 98%의 정확도를 보여준다. 직물의 질감이나 명암 대비도 정밀하게 표현한다. 이케아 제품을 3D로 구현해 크기, 디자인, 기능 등을 실제 제품 비율을 적용해 집과 사무실, 학교, 스튜디오 등에서 이케아 가구를 미리 배치해볼 수 있다.

‘AR드래곤’이라는 게임은 AR 기술을 적용해 어디서든지 용을 소환해 불러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도 ‘다마고치’와 같이 동물을 육성하는 게임이 있었지만, AR드래곤은 월등한 몰입감을 제공했다. 진짜 용이 있는 것처럼 화면 속 용에 먹이를 줄 수도 있고 용과 같이 놀 수도 있다.

애플 앱스토어 등장한 AR앱 전용 카테고리

◆ iOS11, 찰떡궁합 아이폰8⋅아이폰X 기대⋯AR코어로 구글도 경쟁

전문가들은 이번 iOS11이 2008년 애플 앱스토어 탄생 이후 최대 변화라고 분석한다. AR이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인터페이스의 변화 자체이기 때문이다. 또 AR키트는 디지털 정보를 주변 실제 환경과 혼합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애플은 개발자 페이지를 통해 AR키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서드파티 개발사와 함께 AR 관련 앱들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AR 키트는 시각적 관성 이동거리 측정(VIO)을 활용, 카메라 센서와 코어모션(CoreMotion) 데이터를 사용해 주변 환경을 정확히 탐색할 수 있다.

애플은 독일 AR 전문 업체 ‘메타이오(Metaio)’를 인수하기도 했다. 메타이오는 2003년 독일 유명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Volkswagen)에서 분사한 AR 스타트업이다. 현실 세계 표면을 가상의 터치 스크린으로 만드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을 제작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AR 분야를 선점하고 아이폰8과 아이폰X을 AR로 차별화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크레이그 페데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AR키트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애플 iOS11의 점유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비즈니스 분석 서비스인 믹스패널(Mixpanel)의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10일 iOS 11의 점유율이 iOS 10을 넘어섰고, 10월 20일 현재 iOS 11이 54.85%, iOS 10이 38.98%를 기록 중이다.

정우채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AR 기술은 스마트폰 산업의 새로운 10년을 열어줄 수 있는 포인트 기술이 될 수 있다"면서 “최근 AR이 스마트폰 제품의 차별화 경쟁 포인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