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석 한온시스템 부사장 인터뷰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은 현재 '태동기'에 불과하지만 2020년이 넘어서면 '친환경 제1의 물결'이라고 부를 만큼 자동차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겁니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필수 부품인 전동식 컴프레서를 발판 삼아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민석 한온시스템 부사장은 1일 "중국 신에너지차 정책에 발맞춰 로컬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3만대 이상 생산하거나 수입하려면 2019년에는 10%, 2020년 12%의 신에너지차 비중을 의무적으로 맞춰야한다.

그는 “최근 중국남방공업그룹(CSGC)의 손자회사인 중경건설모터, 중경건설기전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총 60만대의 컴프레서를 신규 수주했다”며 “2019년 중경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사이 중국 대련, 장춘 공장 컴프레서 설비를 증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성 부사장은 "중국 외에도 파멜라(포르투갈), 첸나이(인도), 알바(헝가리), 평택(한국) 공장들의 생산 능력을 키울 예정”이라며 “2020년 한온시스템의 전동식 컴프레서 연산 능력은 310백만대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온시스템 연구소는 현재 국내 대전과 중국, 미국, 독일 등에 있다"며 "정밀 부품 노하우가 발달한 일본 사이타마 근처에 올 연말쯤 연구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성민석 한온시스템 부사장.

1994년 포드 자회사인 비스테온에 입사한 성 부사장은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의 글로벌 제품 및 생산 전략 책임자를 거쳐 컴포넌트 그룹장을 맡고 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상하이에서 근무한 중국통이기도 하다.

한온시스템(018880)은 자동차에 탑재되는 컴프레서, 난방·환기·공조장치(HVAC), 열교환기, 파워트레인 쿨링 등 열 에너지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매출 기준 ‘2016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100’에 49위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주력 부품인 컴프레서는 냉매를 압축해 고온고압 상태의 가스상태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데, 압축된 냉매가 열 교환기를 통해 찬 바람으로 나오면서 에어컨이 작동된다. 컴프레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일본 덴소 22%에 이어 2위다.

성 부사장은 "컴프레서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섬세한 가공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자동차 열관리 부품 중 가장 정교한 부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부품을 좋은 품질로 대량 생산하고, 원가경쟁력까지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온시스템은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컴프레서를 오랜 기간 납품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현재 14%이고 2020년 23%, 2022년에는 35%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CSGC와 합자회사 설립 최종 합의…”2019년 중경공장 완공 목표”

이인영 한온시스템 사장(앞줄 왼쪽)과 리화광 (Li Hua Guang) 중경건설기전 회장(가운데),뤼 홍 시안(Lv Hong Xian) 중경건설모터 회장(오른쪽)이 장안자동차그룹에 종합 공조 시스템을 공급하는 합자회사 설립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신에너지차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상하이 쑹장 지역에 신규 엔지니어링 센터를 세웠다. 현지 완성차 업체는 물론 중국 내 거점을 둔 글로벌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술 협력 기지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중국남방공업그룹(CSGC)의 손자회사인 중경건설모터, 중경건설기전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중국남방공업그룹의 자회사인 장안자동차그룹은 연간 25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 로컬 1위 완성차 업체인 장안기차뿐 아니라 장안포드, 장안마쯔다, 장안스즈키 등 글로벌 합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성 부사장은 "이번 합작은 중국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장안자동차에 납품하는 컴프레서는 총 60만대 규모로 2022년이 되면 연 90만대,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은 중국의 대련, 장춘 공장을 증설 중이며 2019년 중경 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경 공장이 완공되면 약 260만대 이상의 전동식 컴프레서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성 부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신에너지차 정책에 발맞춰 중국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라며 "한온시스템은 중국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이 지난 5월 포드자동차로부터 수상한 월드엑설런스 어워드 금상.

◆ “글로벌 주요 고객사 8곳 확보…연내 일본에 연구소 설립”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완성차 판매 실적이 급감했던 지난 2분기에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실적도 급감했다. 한온시스템 2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한 1조37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 증가했다.

한온시스템의 경우도 현대·기아차 납품 비율이 52%에 달하지만 지리(Geely), 장청(Greatwall), 창안(Changan) 등 중국 로컬 브랜드나 GM, 포드 등 글로벌 업체에도 납품하는 등 다른 부품업체들에 비해 고객 다변화가 상대적으로 잘 돼 있어 타격을 덜 입었다.

성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특히 전동식 컴프레서의 경우 2020년까지 총 6곳, 2022년까지 8곳이 확보돼 있다"며 "업계에서는 20%씩, 고객사 5곳만 확보해도 건강한 구조라고 평가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세계 전동식 컴프레서 시장에서 일본 덴소, 산덴과 한온시스템 등 3개사가 약 87%를 점유하고 있다. 성 부사장은 "신제품이 나오면 덴소는 도요타에, 발레오는 르노에 가장 먼저 탑재해 노하우를 쌓기 시작한다"며 "포드, 현대차가 자동차 전동화를 일찍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가 나오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유럽 고객사에 전동식 컴프레서를 납품하기 시작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이미 검증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덴소는 컴프레서업계 1위이긴 하지만 도요타의 자회사라는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덴소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그들의 전동화 전략이 도요타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덴소보다 한온시스템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