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주주 환원 정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31일 주주 환원 정책의 중심을 배당에 두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규모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 작업도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유지하면서, 배당을 집행하고 잔여 재원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를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15년 10월 중장기 주주 환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1조4000억원(약 100억 달러)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시행한 이후, 올해에만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재까지 20조원 이상의 자사주가 소각됐다. 그 결과 발행주식 수는 2015년말 대비 보통주는 12.4%, 우선주는 20.1% 감소했다.
꼭 자사주 매입·소각 때문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같은 기간 주가는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은 주식 수 감소, 주당이익 증가로 이어져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투자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5만2000원(1.92%) 상승한 27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277만원을 돌파하며 최고가 기록도 새로 썼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주주 친화 정책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금을 사내 유보 형태로 비축해 둘 경우 연구·개발(R&D)이나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소각에 돈을 써버릴 경우 기존 주주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 정책이 당장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주가 상승이 실적에 바탕을 둔 영향이 큰데다,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과 달리 R&D 혹은 M&A 자금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였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 삼성전자는 투자를 안 하는 대신 자사주를 매입한다기보다는 투자금을 확보한 후 자사주 매입·소각이 진행되는 형태"라며 "주주 환원 정책이 삼성전자의 성장성에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업 실적이 꺾이는 구간에서의 과도한 주주 환원은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장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주주 환원 자금은 전체 운영자금을 다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분으로 이루어진다"라며 "기업은 R&D나 M&A에 사용되는 자금 역시 비축하고 있기에 현재 상황을 두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좋아지는 만큼,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는 게 황 센터장의 얘기다.
다만 글로벌 수급에 따른 변동성이 큰 전기·전자(IT) 업종은 상대적으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 업종은 특히 변동성이 큰 만큼 지나친 규모의 주주 환원은 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CFO)은 이날 오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주주 가치 제고 방법은 전략적 투자와 M&A를 바탕으로 회사가 성장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