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국과 중국의 갈등 관계가 해빙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중국에 투자하려다 보류했던 기업들이 다시 투자에 나설지 관심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경제 보복이 계속되자 시장에서 아예 철수하거나 투자를 중단했는데, 중국과 한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기류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폴리에스터 필름, 반도체 소재 등을 만드는 SKC(011790)는 중국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시에 있는 난퉁공장을 확충해 자동차 유리용 필름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C는 중국의 석유화학 회사와 공동으로 필름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C 난퉁공장. SKC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난퉁공장에 시설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자동차 앞 유리는 두 장으로 돼 있는데, 유리용 필름은 유리 사이에 들어가 유리가 깨져도 파편이 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 열, 자외선, 소음 등을 차단하고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잔상 없이 깨끗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SKC는 최근 국내 업체와 공동으로 난퉁공장에 45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정용 웨트 케미칼(Wet Chemical)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웨트 케미칼은 미세 이물질을 제거하는 소재다. 또 웨트 케미칼 공장 옆에는 35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서스펜션(차체의 무게를 받쳐 주는 장치)에 들어가는 충격 완화용 폴리우레탄 제품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SKC 관계자는 "난통공장이 있는 난퉁개발구는 중국 상하이 인근에 있는 유일한 화공단지로 입지 여건이 좋고 (사드와 관련없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등 우호적이다"고 말했다.

정유화학 및 배터리 업체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작년에 추진하다 보류한 중국 배터리 셀 생산공장 건설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의 '베이징 자동차', '베이징 전공'이란 회사와 함께 배터리 팩(Pack·여러 개의 배터리 셀을 하나로 합친 것) 생산공장을 지었는데, 배터리 셀(cell) 생산공장도 중국에 직접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배터리 팩 생산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셀 공장 건설 계획도 보류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에 셀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생산공장은 한·중 관계가 좋아진다고 당장 지을 수 있는게 아니어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다음 달 10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정상회담 전후로 국내 대기업의 대(對)중국 투자계획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올해 7월 중국 광저우에 TV용 OLED 패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