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전환을 앞둔 10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이 계약 1년 만에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건축아파트를 인수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했지만, 도중에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뀐 단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분양전환 시점 기준이 되는 최초 입주지정 기간 종료일에 대해 LH와 입주민 측의 생각이 엇갈리고, 이 과정에서 입주민들은 LH가 공급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임대주택 거주자들을 내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9월 분양전환 예정인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 롯데캐슬루나’ 10년 임대주택 입주자들은 입주한 지 1년 만에 집을 떠나야 한다. 재건축 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가 도중에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주택유형이 바뀌었지만, LH는 최초 입주지정 기간을 재건축 임대주택 입주 시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 작년 10월 입주 주민 1년 만에 집 비워야…최초 입주지정 기간 종료일 의견 갈려

LH는 지난해 7월 강북권 재건축 10년 임대주택 예비입주자를 모집했다. LH가 재건축주택을 인수해 무주택세대 구성원에게 공급하며 최초 입주지정 기간으로부터 10년 후 무주택임차인에게 분양 전환되는 임대주택이다. 당시 노원구 월계동 ‘월계 롯데캐슬루나(49가구)’와 중랑구 면목동 ‘면목 유진마젤란21(18가구)’, 은평구 신사동 ‘은평 신사 두산위브(11가구)’가 공급됐다.

주민들의 반발이 있는 아파트는 월계 롯데캐슬루나다. 이 아파트 임대주택의 경우 2007년 공급된 재건축 임대주택이지만 2012년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주택유형이 변경됐다. 당시 LH는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계약서를 갱신했고, 임차인을 모집할 때도 임대기간이 10년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LH는 “이 주택의 임대계약 기간은 2년(분양전환일까지의 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 분양전환일까지)이며,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경우 공공주택특별법 등 관계법령에서 정한 입주자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2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갱신한다”고 설명했다.

또 LH는 “예비입주자가 입주해 임대차 기간이 10년이 되지 않더라도 분양전환 시기는 최초 입주지정 기간 종료일이 속하는 월의 다음 달 1일부터 10년 이후이며 임대기간은 만료된다”고 덧붙였다. 가령 입주자가 작년 10월에 이 집에 입주했다고 하더라도 LH가 밝힌 최초 입주지정 기간 종료일은 2007년 5월 16일부터 8월 31일이기 때문에 올해 9월에는 분양전환을 받거나 집을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LH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제55조 제2항에 따라 분양전환을 통보한 날로부터 6개월을 임차인에게 분양전환 시행기간으로 부여한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말까지 임차인은 분양전환을 받지 않더라도 이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

문제는 최초 입주지정 기간 종료일이 언제인지를 놓고 LH와 입주자들 간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 LH는 월계 롯데캐슬루나의 최초 입주지정 기간이 2007년 5월 16일부터 8월 31일까지며, 분양전환예정은 2017년 9월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계 롯데캐슬루나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애초 분양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힌 재건축임대주택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최초 임대시점을 2012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올해 6월 분양 전환과 관련해 LH와 노원구청에 연기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8월 말 분양전환 중지 가처분 소송(37가구)을 냈다.

◆ 2년마다 계약 갱신된다 해놓고 올해 9월 분양전환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애초 분양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했던 재건축임대주택이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뀌어 분양전환이 되는 것도 억울하다는 처지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면 사실상 기간에 상관없이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었지만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바뀌면서 애초 계약 조건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LH의 자세한 설명이 없었고, LH가 주변 집값 상승에 따른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분양전환으로 전환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LH의 입장은 다르다.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임대유형이 변경될 당시 기존 임차인들에게 관련 사항을 안내했고, 2013년과 2015년 갱신 계약 때마다 관련 사항을 재안내했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건설 방안 기준에 따라 이를 공급해왔고 당시에는 분양전환되지 않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 7월 당시 국토해양부(현재 국토교통부) ‘재건축임대주택건설의무 업무처리기준’이 개정됐고, 이에 따라 임대 개시 10년이 지난 날로부터 기존 재건축 임대주택도 분양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H는 노원구 월계동 ‘롯데캐슬루나’의 한 입주민과 임대차 수정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임대차 기간을 2018년 11월까지로 명시했다. 하지만 이후 분양전환이 올해 9월에 이뤄진다며 입주민에게 내용증명을 보냈고, 결국 이 입주민은 1년 만에 집을 떠나게 생겼다.

또 다른 문제는 LH가 일부 입주민들에게 분양 전환 시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설명한 점이다. 월계 롯데캐슬루나 한 입주민은 월세를 줄이기 위해 보증금을 올려 임대차 계약서를 갱신했는데, 당시 LH 측이 2년마다 계약 갱신을 할 수 있다며 임대기간을 2018년 11월까지로 명시했다. 분양전환 시기 이후에도 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오해할 수 있을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LH 측은 직원의 실수였다며 올해 9월에 분양전환이 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LH는 일단 분양전환 중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판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현재 거주하는 임차인은 재건축 임대주택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변경될 때 분양전환 시기가 명시된 계약을 모두 체결했다”며 “일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 판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관련 제도가 워낙 많이 바뀌고, 제도상으로 미비한 점이 많아 발생하는 문제”라며 “LH와 주민협의체, 전문가 등 3자가 모여 입장 차를 좁혀나가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