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앞서가고 흩어지면 뒤쳐진다.’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덧 ‘대세 기술’로 떴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술 기업들간 합종연횡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한 기술과 자본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인 짝짓기가 한창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제휴와 협력이 살길’이라며 동맹 맺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억만장자 순위 1위를 다투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사진 왼쪽)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사진 오른쪽). 시애틀시를 기반으로 기업을 창업한 두 사람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 아마존-MS 전격 제휴, 인텔, 페이스북·구글과 협력

인공지능 기술 분야의 합종연횡은 글로벌 기술 기업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전격적인 제휴 발표가 촉매제가 됐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8월 인공지능 사업의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인공지능 시장의 핵심 제품인 인공지능 비서 기능을 상호 개방키로 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알렉사에 새 친구(마이크로소프트)가 생겼다. 알렉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올해 연말부터 알렉사 등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이용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코타나)을 불러낸 다음 아웃룩,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고 MS 윈도10이 탑재된 PC 사용자들도 알렉사를 불러낸 다음 아마존 쇼핑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등 유력 언론들은 “쓰임새가 워낙 방대해 어느 한 기업의 자본이나 기술 만으로 독주하기 어려운 인공지능 기술의 특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컴퓨터용 칩 분야에서 40년 넘게 독주해온 인텔은 최근 페이스북과 차세대 인공지능 칩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데 이어 구글의 최신 스마트폰 '픽셀2'와 '픽셀2XL'에 인텔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픽셀 비주얼 코어를 탑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10월19일 인공지능 전용 프로세서 '너바나(Nernana)'를 최초로 공개했다. '레이크 크레스트(Lake Crest)'라는 코드명을 부여받은 이 신형 프로세서는 캐시 메모리를 없애고 프로세서가 직접 관리하는 메모리를 탑재, 비순차적 데이터에 더욱 빠르게 접근하는 등 딥러닝에 필요한 학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인텔은 밝혔다.
인텔은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인공지능 혁신을 위해 전략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 학계, 산업계, 커뮤니티 그룹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유통 공룡' 월마트와 손잡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온라인 유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구글은 또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우버'의 라이벌 기업인 '리프트'에 1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도 애플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를 영입, 반도체 전문기업인 AMD와 협력해 자율주행 자동차용 인공지능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G70. 카카오와 현대기아차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됐다.

◆ 국내 기업들도 짝짓기 한창

국내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 관련 ‘짝짓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 기술 제휴의 ‘허브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퀄컴과 함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퀄컴의 사물 인터넷 프로세서에 탑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 스피커 등 하드웨어 제조 기업들이 인공지능 플랫폼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스와 제휴를 맺고 ‘엑스페리아’ 스마트 기기에 ‘클로바’를 탑재키로 했다. 야마하와 음성합성 기술 ‘보컬로이드’와 ‘클로바’를 연계, 새로운 음악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다.

도요타 자동차, 패밀리 마트, 이토추 상사 등 일본의 굵직 굵직한 제조업체들도 라인과의 인공지능 기술 협력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 인사이드’ 마크 등을 활용한 인공지능 제휴 기업 늘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함께 개발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능을 지난 9월 출시된 현대기아차의 G70에 적용했고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정보통신과 제휴를 맺었다.

카카오는 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빅스비와 ‘카카오아이’를 연동, 스마트 가전 서비스 구축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나 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로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가전 제품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